[re] 남미의 '위험한 아이들' 총 대신 악기 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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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교성
댓글 0건 조회 5,582회 작성일 08-12-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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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위험한 아이들' 총 대신 악기 쥐다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최고의 인기


조선
잘츠부르크=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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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8.28 03:09



기립 박수만 4차례.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가장 많은 환호가 쏟아진 공연은 명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한 베르디의 오페라 《오셀로》도, 이 축제와 역사를 함께 하고 있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아니었다.

인구 2600만의 남미 소국(小國)
베네수엘라가 배출한 청소년 악단인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최고 음악제의 상주 오케스트라로서 당당히 한복판에 섰다.

지난 23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펠젠라이트슐레(Felsenreitschule). 옛 승마 학교가 있던 곳으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노래 경연 장소로 쓰이기도 했던 이 공연장에 베네수엘라의 10~20대 청소년들로 구성된 브라스 앙상블(Brass Ensem ble)이 무대에 올랐다.

1부에서는 바흐와 바그너, 무소르그스키의 관현악을 금관으로 편곡해 다소곳한 고전 음악의 결을 살렸다. 하지만 2부 레너드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부터 분위기는 반전됐다. 단원들은 들썩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악기를 높이 치켜들며 서로 장단을 맞췄고, 관악기를 들고 무대 중앙에 나와 다채로운 율동과 리듬을 함께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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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975년 베네수엘라에서 폭력과 가난, 마약의 위협에 노출된 아이들의 손에 악기를 쥐어주자는‘엘 시스테마’운동이 시작됐다. 30여 년이 흐른 뒤 이 악단은 유 럽 최고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상주 오케스트라로 당당하게 초청 받았다.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왼쪽)과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들./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연주와 율동, 춤과 합주가 둘이 아닌 남미 특유의 흥에 점잖기만 하던 객석에도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 전달됐다. 〈맘보〉와 〈차차〉 등 곡의 호흡이 점차 가빠지자 청중도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구르며 환호를 보냈다. 앙코르만 세 차례. 그때마다 객석에선 어김없이 기립 박수의 물결이 일었다.

이날 공연의 주인공은 객석에도 앉아 있었다.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청중의 박수는 객석 오른쪽 열에 앉아있던 69세의 노(老) 학자에게도 쏟아졌다.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이며 문화부 장관을 지낸 사회 운동가, 오르가니스트이기도 한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Abreu) 박사다. 그는 지난 1975년 폭력과 마약, 빈곤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총 대신 악기를 쥐어주자는 '엘 시스테마(El Sistema)' 운동을 주창했다. 이 대담한 구상은 30년 만에 결실을 맺어 지금 베네수엘라에 청소년 오케스트라만 200여 곳에 이른다.

이날 음악회에서도 '엘 시스테마' 운동이 만들어낸 최고의 스타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Dudamel·27)이 아브레우 박사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정신적 스승'을 돌봤다.

한 사람의 꿈과 구상이 빚어낸 성과는 결코 적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10세 때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에서 처음 더블 베이스를 잡았던 에딕손 루이즈(Ruiz)는 7년 만인 지난 2003년 베를린 필 역사상 최연소 단원으로 뽑혔다. 1999년부터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온 지휘자 두다멜은 미국 명문 악단인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차기 음악 감독으로 내정됐다.

올해 잘츠부르크 음악제에서도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6차례의 콘서트와 심포지엄, 각종 영상 상영회를 통해 축제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대접 받고 있다. 아브레우 박사는 "30여년 전에 우리가 만들었던 어린이 오케스트라가 지금은 전문 오케스트라로 성장했고 베네수엘라의 사회와 지역 곳곳에 빛을 뿌리고 있다"고 말한다.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오는 12월 서울 예술의전당과 성남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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