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남성합창단 제18회 연주회 곡목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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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수구
댓글 0건 조회 572회 작성일 17-06-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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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곡 해설을 한 것이 아마 일본 연주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일 년도 쉬지 않고 곡목해설을 했으니 개인으로선 분에 넘치는 영광입니다.

올해 해설은 가급적 감성적 해설은 자제하고 한 곡에 하나, 또는 두 개 정도의 감상 팁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너무 평이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도 개인적 감상이나 현학적인 표현은 피하려 노력했습니다. 계속해서 해설하는 일이 무겁고 중해지고 문장력과 이해력은 가벼워지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더 공부하겠습니다. 멀리 살면서 애들 키우느라 정신없다는 핑계로 합창단의 연습과 일에 잘 참여하지 못해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코리아 남성합창단 제 18회 연주회 연주곡 해설

정 수 구

 

 

주님께 다 찬양 드리세

                                                              Ludwig van Beethoven 작곡

                                                              신동수                편곡

 

"운명은 이같이 문을 두드린다! (So pochte das Schicksal an die Pforte)"

베토벤의 제자인 안톤 신들러가 스승이 이 유명한 교향곡의 도입부를 이렇게 설명했다고 하여 <운명>이라 이름 붙인 교향곡, 그리고 그 1악장은 그 음악적 성취 만큼이나 유명하다. 그러나 그 유명한 1악장을 완성시키는 것은 바로 4악장이다. 마치 고통을 넘어 환희로 가는 경로를 나타낸 양, 1악장에서 인간의 고뇌와 운명을 자각, 2악장에서 슬픔에 겨워 눈물짓다 숭고한 내면 속 어슴푸레 비치는 빛을 발견하고 3악장에서 운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노력에 이어 마침내 승리의 환호성과 같은 도입부를 가진 4악장에 이르러 베토벤이 희구하던 고전적 인간, 구시대의 초극, 고귀한 인간성의 회복의 경지를 악기로 불고 문질러 표현하는 것이니, 드라마의 완성은 이 4악장에 있다고 하겠다. 이 교향곡은 원래 C-단조 교향곡이라 알려졌지만 마지막 4악장은 단조의 비극을 이겨내고 장조로서 환희를 구가한다.

베토벤에 대한 오마주 hommage로, 작곡가 신동수는 이 4악장의 해방감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벅찬 찬양의 팡파르를 남성의 소리로 엮었다. 베토벤의 웅장함에 편곡자의 남성합창에 대한 따뜻한 이해가 같이 숨쉬는 곡이다.

 

 

은혜 아니면

                                                                      조성은 작곡

 

2009년에 작곡된 이 곡은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지에서 많이 연주되고 있는 곡이다. 작곡자는 이 곡의 가사와 선율을 만드는 데 2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명작 중 짧은 창작 기간을 거친 작품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그런 영감을 포착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얼마다 힘든 것인지 우리는 안다.

신앙을 유지하려 율법 위에 서고 사람에 의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십자가 보혈, 완전한 주님의 은혜가 아니면 내가 생명을 얻을 수 없다는 자각과 근본적 진리로의 회귀를 감격에 충일한 어조로 일관하고 있다. 도입부의 독백 같은 멜로디가 결의를 외치는 듯한 감정의 고조를 향해 자연스럽게 옮겨가며 신앙고백을 하고 있는 이 곡은 성가곡으로도 수작이고 음악적으로도 구른 데 없는 형식미를 갖췄다.

 

 

주의 이름 영화롭도다

우효원 작곡

 

매해 계속해서 한국 합창음악에 새로운 메세지를 던지는 작곡가 우효원의 찬양곡이다.

전주가 끝나자마자 거두절미하고 '주의 이름 영화롭도다' 외치며 간결한 가사와 멜로디를 반복하는 이 곡은 그 간결함 속에 신에 대한 무궁한 흠모와 경탄이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작곡가는 이 곡에서 대비와 통일의 다양함을 자유자재 구사하며 간결하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음악의 세계를 보여준다. 테누토와 스타카토의 대비, 4/4박자와 3/4박자의 대비, 긴강감을 높이는 음들의 긴 배치와 이를 단번에 해소하는 마침표와 같은 짧은 멜로디의 배치, 고음파트의 박자 길이를 1/2로 줄여 한 마디 안에 같이 넣거나 고음 파트가 상행할 때 저음 파트가 하행하기도 하고 고음 파트의 뒤를 저음 파트가 바짝 쫓아가기도 하면서 긴박감과 입체감을 나타내게 하는 솜씨는 압권이다. 작곡가는 <메나리> 등 여러 작품에서 국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 그리고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자연스럽고 교묘하게 국악 리듬과 서양 음악을 한 솥에서 끓여내는 솜씨는 얄밉기까지 하다.

 

 

뱃노래

조두남 작곡

신동수 편곡

 

이미 11세에 가곡을 작곡한 바 있는 작곡가가 일제강점기를 만주에서 보내고 해방조국에 들어온 직후 1946년에 작곡한 이 곡의 작사자는 석호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석호는 작곡자 조두남의 아호이다. 민족적 색채가 분명히 드러난 이 곡은 감상적 일변도였던 당시 가곡 풍토에서 벗어나 씩씩하고 힘찬 색채가 두드러진다. 필자 개인의 해석으로, 이 곡은 이역에서 조국의 해방 공간을 그리는 심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견해이다. 곡 중 가사에 나오는 황포강은 상해임시정부가 있던 곳과 가까운 곳에 있는 강의 지명이고, "임 찾아 가자", "고향에 가자", "하늘도 멀고나", 아득한 창파만리, 수로만리..." "...어디런가?" 등의 가사가 나오고 있는데, 이런 가사가 곡 중 화자話者의 현재 위치와 심경을 대변하는 것이라 하겠다.

작곡가의 한국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에 대한 내공을 짐작하게 하는 이 곡을 더욱 씩씩하고 결이 깊게 만든 것은 작곡가 신동수의 편곡이다. 추임새와 파트 별 장단의 조화, 원곡을 해치는 과도한 포장의 배제를 통해 원곡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개여울

김소월 작사

이수인 작곡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 합니까?

홀로히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 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허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1922년 발표된 소월의 원시가 갖고 있는 감수성 때문인지 1960년대 샹송 풍 포크로 작곡된 이 시의 다른 곡이 70년대에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적 정서와 서양음악의 기법을 골고루 갖춘 작곡가 이수인에 의해 가곡으로 탄생하였다. 소월의 <개여울>은 이별의 기억과 재회의 희망이 담긴 공간이다. 소월은 그의 <진달래 꽃>에서 보여줬던 역설의 묘미와 <못잊어>, <가는 길>에서 보여줬던 이별을 주저하고 잊혀질까 저어하는 정서를 여기서도 보여준다. 슬퍼라, 잊혀진다는 것은...

언어의 함축성을 최고의 경지까지 끌어 올린 소월의 시는 길이에 비해 완결된 구조를 보여준다. 우리 말의 감각과 어린 시절 한시漢詩 공부를 통해 익힌 기-승-전-결 구조의 완벽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소월의 작품은 우리 말의 향기로운 성취이며 축복이다. 또한 소월의 시가 갖고 있는 정서와 어찌 표현 못할 모호한 감정의 언어에 음표라는 날개를 달아 더욱 시공을 넘나들게 한 이수인의 음악적 공로 또한 돋보이는 곡이다.

 

 

농부들의 춤

이동훈 작곡

신경림 작시

신경림의 시 <농무農舞>에 작곡가 이동훈이 곡을 붙였다.

신경림의 원시는 1971년에 나왔다. 당시 파괴되는 농촌의 현실을 이 시만큼 보여주는 시가 있을까?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라는 현실에 대한 직설적인 한탄을 춤이라도 추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양, 동리를 누비는 농투성이들의 춤은 그 자체로 삶에 대한 몸부림이다. 삶이 이러매 음악이라고 평탄할까? 악보 속 음표의 배역들도 예사롭지 않다. 지속적인 반박자의 울림이 챙챙챙 쇠를 두들기는 소리 같이 울리며 뜀박질도 하고 절뚝거리기도 하면서 제 한껏 춤추는 농부들의 춤 장단을 묘사한다. 이따금 3박자의 느린 장면이 삽입돼 현실에 대한 감상을 슬프게 노래하지만 이내 현실의 고뇌를 떨치려는 듯 다시 춤판으로 뛰쳐 든다. 흡사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를 연상시키는 야성적인 리듬이 인상적이지만 그보다는 한국적 어법을 잃지 않고 신경림의 시를 살려나가는 작곡가의 배려가 시에 쇳소리, 한숨 소리를 더했다.

이 시가 나온 지 근 45년이 지났다. 춤을 추던 농촌 청년들은 지금쯤 어디서 늙은 몸을 추스리고 있을까? 킬킬대던 처녀애들과 악을 쓰던 조무래기들은 어디로 갔을까? 쇠전(소를 거래하는 곳)과 도수장(도살장)과 오동나무와 학교 앞 소주집, 기름집은 그대로 있을까?

우리 삶은 나아졌는가? 우리도 생의 고통을 묻어두려 다른 장단의 춤을 추고 있지는 않은가?

 

 

아리랑

우효원 작곡

 

우리 민요 아리랑의 기원과 그 특성을 밝히는 것은 요원하다. 지역별로 <정선 아리랑>, <진도 아리랑>, <밀양 아리랑> 등 3대 아리랑을 필두로 멀리 <독립군 아리랑>, <연변 아리랑> 등이 있고 많은 변용을 거쳐 많은 아리랑이 발생하였다. 그 기원도 여러 학설이 있으나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다. 다만 아리랑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지 한국인의 DNA속 깊숙이 박힌 음악적 씨알임은 분명하다. 우효원의 아리랑은 경기 지방 아리랑이라 알려진 신민요 아리랑이 근거하고 있다. 보급형 아리랑이라 할 수 있는 이 아리랑을 기반으로 작곡한 이 곡은 8마디 단위로 메기고 받는 원형을 유지하다가 점차 분화되면서 파트 별로 주 가락과 이에 대한 화성적 뒷받침을 세마치 장단으로 이어간다. 그러다 4/4박자로 바뀌면서 구성진 흐름에 신명을 더하기 시작하여 8분음표의 배열을 3:3:2의 배열을 주로 하여 전통적 장단과 현대적 장단의 악수를 도모하고 아리랑 고개 마루를 나타내는 듯 고음의 울림이 주 가락 위에서 험준하게 빛난다. 생의 절실함과 처연함도 흥으로 승화시키는 아리랑의 음악적 힘이 한국인의 힘이다.

 

 

하숙생

김석야 작사

김호길 작곡

김준범 편곡

 

방송작가 김석야의 가사에 김호길이 작곡한 하숙생이 발표된 시기는 1966년, 1차 경제개발 계획이 마무리에 들어가던 해이다. 경제 개발의 명목 아래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고 고향이 빈터로 변하던 때, 도시로 온 나그네들의 심정을 가수 최희준의 흐르는 바람 같은 목소리로 대변하여 히트하였다. 인생의 덧없음이 잘 표현된 가사에는 하숙, 또는 하숙생을 나타내는 일체의 단어가 없다. 그럼에도 가사와 제목이 잘 맞는다. 단순한 리듬이 반복되지만 지루하지 않은 것은, 곡이 맞춤한 듯 짧은 탓도 있지만 간결한 악보에 고즈넉한 정서가 담담하게 듣는 이를 붙잡는 페이소스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 안양시립합창단과 국립합창단의 전임작곡가를 두루 거친 김준범의 합창 편곡은 원곡의 정서를 보전하는 것은 물론 합창으로 즐길 수 있는 화성적 채색을 야단스럽지 않게 효과적으로 이루어냈다.

 

방랑자

Gianni Morandi 작곡

박인희 작사

이민정 편곡

 

1970년 이탈리아의 칸초네 가수 Gianni Morandi가 작곡하고 부른 이 곡은 또 다른 가수인 Nicola Di Bari에 의해 유명해졌다. 한국의 70년대 포크음악을 이끈 가수 박인희는 동년배인 원작 작곡가의 곡에 자신이 가사를 붙인 번안곡으로 이 곡을 불러 히트시켰다. 원래 이탈리아 칸초네의 매력이 물씬 풍기던 곡이 박인희의 가사와 노래에 의해 이탈리아 감성을 벗고 완벽하게 한국적 포크음악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70년대는 번안곡의 전성기였다. 검열이 판치던 당시 시대상황은 대중음악의 진보를 허락하지 않았고 기성세대의 음악적 기호만을 위하던 그 시절 전통가요 음악 어법은 이미 진보된 청년세대들의 감성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나마 번안곡들의 가사도 역시 생각의 구체적 진보성을 나타내지는 못하였다. 엄혹한 시대였다. 가수들은 현실에서 도피하여 고향, 남녀상열지사, 여행, 방랑 등을 노래하며 겉돌 뿐이었다. 이 곡 <방랑자>도 역시 당시 대중가요의 가사 양상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시대를 도피하는 탈출선 삼아 악보를 깔고 앉아 기타를 치고 목청껏 방랑자여, 방랑자여, 노래를 불렀다. 가수들은, 작사가들은 번안곡에 약간의 여지를 두었다. "먼 훗날에 우린 다시 만나리라..." 젊은이들은 그 약간의 희망으로 빈곤하고 억압받는 시대, 정신과 자유의 배고픔을 잊었다.

시대가 달라졌다.

당시를 회상하며 영혼과 밥솥이 다같이 가난했던 시대 젊은이들을 추억한다.

 

제비처럼

유승엽 작사 작곡

조혜영 편곡

1977년 발표돼 당시 어린 아이들까지도 흥얼거리던 노래가 다시 중독성 있는 합창으로 돌아왔다.

가수 윤승희가 불러 40년 전 장안의 인기를 구가하던 <제비처럼>이다. 성가곡과 합창곡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곡가 조혜영의 손으로 나왔다. 상큼하고 재미있다. 원곡에 흐르던 소위 '뽕끼'가 보사노바 리듬을 타면서 살짝 빠지고 대신 원곡의 경쾌함은 더 살아나 신선하게 다가온다. 원곡에 있던 전자음의 전주를 빼고 부드럽고 가벼운 스캣(의미 없는 가사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스캣의 멜로디는 고음과 저음 파트에 의해 갈라지고 합치면서 곡의 처음과 중간에 위치하여 자칫 통속적으로 흐르기 쉬운 곡의 분위기를 통제하고 곡의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이렇게 경쾌한 멜로디를 솔로와 합창이 교대로 또는 같이 부르기도 하고 합창이 독창을 받쳐주기도 한다. 노래 역시 제비처럼 바람의 결을 타고 지지배배 떠다닌다. 가는가 하면 오고 오는가 하면 다시 날개를 펴고 스쳐간다.

 

* 보사노바 Bossa Nova는 포루투갈어로 새로운 성향이라는 뜻이다. 삼바와 재즈가 결합된 2박자  의 춤곡으로 미묘한 스텝의 변화를 추구한다.

 

마왕

Frantz Schubert 작곡

신동수 편곡

 

폭우가 쏟아지는 한 밤, 말을 달리고 있는 아버지와 그의 품에 안겨 열에 들떠 헛것을 보는 아들, 아들의 영혼을 유혹하며 데려가려는 마왕의 속삭임, 아들의 절규, 아버지가 아들을 달래고, 속삭이던 마왕은 폭력적으로 아들의 영혼을 위협하고, 다급한 아버지와 말발굽 소리....

슈베르트가 17세에 괴테의 시에 영감을 받아 순식간에 작곡했다는 이 가곡 마왕은 이와 같은 다급한 상황 속, 곡 중 해설자의 목소리까지 4명의 목소리와 말발굽 소리와 폭우까지 묘사하여 담아낸다. 이는 당대를 풍미하고 있던, 절제되고 균형을 이룬 조화된 세계를 추구하는 고전주의를 넘어서 격정, 전설, 죽음 등을 토로한 독일 낭만주의의 경지를 새롭게 연 기념비적 작품이다. 슈베르트는 당대 음악인들이 금기로 여기고 있던 불협화음과 불안한 종결부를 이 곡에 넣었다. 17세 소년다운 치기稚氣가 아니라 천재 음악가가 세계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당시로선 매우 전위적이었던 이 음악은 시대를 지나 우리 시대까지 향유하는 인류의 자산이 되었다.

수줍음을 많이 탔지만 가장 대담한 시도를 하고 서른 하나라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이백 년 동안 인류의 가슴을 울리고 오페라를 하나도 쓰지 않았지만 드라마 같은 가곡을 작곡한 슈베르트의 대표적 가곡 마왕, 이 가곡이 갖고 있는 여러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나누어 남성합창의 각 파트가 대응하게 한 것은 우리 시대의 작곡가 신동수이다.

 

허밍 코러스

Giacomo Puccini 작곡

신동수 편곡

 

19세기 개항한 일본의 나가사키 항구. 몰락한 사무라이 가문의 자손이지만 15세의 나이로 기생(게이샤)이 된 여인 초초상(초초는 나비라는 뜻)은 미 해군의 젊은 장교 핑커튼과 결혼하여 아리를 갖는다. 대부분의 막장 드라마처럼 핑커튼은 다시 오겠다고 하며 미국으로 떠나고 초초상은 혼자 아이를 기르며 핑커튼을 기다리지만 이미 그는 미국에서 다른 여인과 결혼하였다. 3년 후 핑커튼이 탄 군함이 이항한다는 얘기를 들은 초초상은 결혼 때 입었던 옷을 입고 아들과 하녀 스즈키와 함께 남편을 기다린다. 그러나 그는 오지 않는다. 그녀의 방문이 닫힌 채 한밤이 지난다. 밤새 미동도 안 하고 있는 세 사람. 무대에는 불이 꺼지고 노래가 들린다. 그 노래가 바로 이 허밍코러스이다. 노래가 아름다워서 극이 상황이 더욱 슬퍼진다. 회한과 격정, 근심과 번민의 긴 밤을 이 한 곡으로 표현한 푸치니의 시도는 놀라운 것이다.

가사 없이 단선율로 흐르는 이 곡과 곡을 받치는 현악기의 피치카토(현을 튕겨서 소리를 내는 연주법), 트레몰로 주법 등이 피아노 반주의 남성합창으로 모였다. 작곡가 신동수는 선화예고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코리아 남성합창단의 전문위원으로서 많은 남성합창곡을 작∙편곡하여 한국합창음악의 폭과 깊이를 더하고 있다. 또한 우리노래 펼침이 활동을 통해 우리 말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걸출한 작품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합창과 오페라에 정통한 작곡가의 오페라 합창 편곡을 통해 기존의 명곡을 접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

 

 

Auf der Meere(해변에서)

Johanes Brahams 작곡

정수구 편역

 

브람스의 1868년도 작품인 칸타타 <리날도>의 마지막곡이다.

같은 제목으로 1711년에 헨델이 발표한 오페라와 같은 내용이다. 주인공 리날도는 십자군 전쟁 당시 가상의 영웅으로서 온갖 마법과 저주를 이겨내고 십자군의 승리를 지켜낸 인물이다. 사실과 공상이 섞인,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이 곡은 제1차 십자군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곡의 후반부에 병사들이 외치고 칭송하는 예루살렘의 수호자 고도프레드는 당시 십자군 전쟁을 이끈 로렌 지방의 영주이다.

예루살렘을 수복한 후에 고향으로 귀환하는 병사들이 있고 남아서 예루살렘을 수호하려는 십자군 병사와 기사들이 있었다. 그들이 항구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십자군 제국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성도를 되찾았다는 감격과 죽은 전우들에 대한 추모를 나타낸 곡이다. 비록 이슬람 측에서 보면 어이없는 침략전쟁이지만, 성도 예루살렘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모인 유럽의 왕들과 영주들과 기사들과 병사들은 1차 십자군 전쟁에서 용맹하게 싸워 예루살렘을 수복하였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 전쟁에서 죽었다. 이제 유럽으로 가는 배가 있는 해변에서 병사들은 십자군의 승전, 예루살렘 수복, 그리운 고향, 사막에서 죽은 전우들을 생각하며 이 곡을 부른다. 곡의 분위기가 승전가, 망향가, 항해가, 추모가, 이별가 등등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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