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암스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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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수구
댓글 1건 조회 371회 작성일 17-05-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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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바리톤 정수구입니다. 이렇게 소개 드리기도 죄송스러운 것이, 집이 멀다, 회사 일이 바쁘다, 아이들이 어려서 아직 저녁 시간에 서울 나들이 하기가 힘들다.....  어쩌구 하면서 제대로 연습에 나가지 못한 때문입니다.

 

이번에 브라암스의 작품을 번역하였습니다. 제 번역이 서툴고 글씨도 개발쇠발이라 죄송하기만 합니다만, 번역(아니 편역 또는 소설 창작 수준)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같이 공유하고자 합니다.

 

처음 이 곡 악보를 들고 생각했던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연주한 곡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곡이라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었고 아, 이걸 어찌 번역을 할꼬? 하는 황당한 마음이었습니다. 독일어는 가끔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한 줄의 가사를 세 네 줄로 번역해야 할 만큼 함축적인 것들이 있습니다. 또 그들의 문화와 역사가 다른 만큼 그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 힘듭니다. 그래도 해보자, 하고 달려든 것인데 부분별로 제가 역점을 두었던 것들을 두서 없이 적겠습니다.

 

1. 스토리 : 

이 곡은 리날도라는 칸타타에 있는 곡입니다. 헨델의 라르고가 수록된 오페라 "리날도" 아시지요? 그것과 같은 이야기 입니다. 우리 얘기로 하자면, 옛날에 현제명이 작곡한 오페라 춘향전을 지금의 작곡가가 다시 극적 칸타타로 만든 격입니다. 이 내용은 서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내용입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인터넷을 참조하시면 되겠고요, 저는 시대적 상황을 얘기하겠습니다. 그래야 곡 중에 나오는 사람 이름 'Godofred'가 이해될 테니까요.

1차 십자군을 이끈 사람 중 유면한 사람은 지금 독일과 프랑스에 걸쳐있는 광대한 공국 로렌 공구의 영주 고트프리트(불어로는 고두프루아, 독일어는 고도프레드 또는 고트프리트),  프랑스 남부의 영주 레몽, 그리고 시칠리아의 영주 보에몬드(불어로는 보에몽) 세 사람입니다. 레몽은 나이가 많았지만 전략 전술이 부족하고 인겨도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보에몬드는 전쟁에 능하고 책략에 능한 당대의 풍운아였지만 위험을 자초하여 적국 이슬람에 포로로 잡히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인품과 지략을 겸비한 고도프레드가 마침내 십자군의 영수가 되어 예루살렘을 수복하고 예루살렘의 수호자(실제로는 왕)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을 수복한 후에 귀환하는 병사들이 있고 남아서 예루살렘을 수호하려는 십자군 병사와 기사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항구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십자군 제국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성도를 되찾았다는 감격과 죽은 전우들에 대한 추모를 나타낸 곡입니다. 곡 중에 나오는 이름 고도프레드는 그렇게 나온 것이구요 곡의 분위기가 승전가, 망향가, 항해가, 추모가 등등의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십자군의 성격이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필설로 이렇게 얘기하지만 브라암스는 아마 이런 십자군 전쟁의 의미(이슬람 측에서 보면 정말 어이없는 침략 전쟁이었죠)를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모든 분위기를 음악으로 표현하여 결국 십자군 전쟁의 의미와 병사들의 심리를 음악으로 나타내고 있으니 대단한 사람입니다. 저도 이런 십자군 전쟁의 여러 면모를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2. 가사의 직역인가, 의역인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직역은 힘들고 의역도 힘들었습니다. 직역이나 의역이나 결국 가사의 의미를 정확하 나타내고자 하는 것인데, 저는 의역도 직역도 힘들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편역을 했습니다. 그리고 바그너의 순레자의 합창 번역처럼 새로운 의미를 담고자 했습니다. 리날도에는 각종 괴력난신이 등장합니다. 십자군 전쟁을 다루면서도 마술사, 마녀, 요물들이 등장하니 그야말로 뒤죽박죽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십자군의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가사에는 없던 할렐루야로 이루어진 부분을 넣었습니다. 운과 악센트가 정확히 할렐루야와 맞아 떨어졌습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곡에 세속의 왕에 대한 존경을 담은 내용이 들어가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3. 단어의 사용과 음운의 음악적 배치

할렐루야가 들어간 배경은 위에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우리 말을 선택할 때 될 수 있으면 음운 상 어감이 비슷한 단어를 택했습니다.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면 발음이 쉬운 유성음이 들어간 단어를 택했습니다. 번역된 부분을 보시면 파트별로 다른 가사를 노래하도록 한 곳이 있습니다.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 극 중 인물 여럿이 전혀 다른 생각을 전혀 다른 가사로 부르는 부분이 있습니다. 연극은 그럴 수가 없는데 음악은 가능합니다. 그래서 전혀 다른 가사를 넣었습니다. 다만 그럴 때는 앞에 있는 자음을 보다 얼굴의 앞쪽에서, 그리고 박자를 놓치치 말고 제 박자에서 터트려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빠른 곡에서 미세한 박자의 차이는 엄청난 음악적 불일치를 보입니다. 그리고 다른 가사라 하더라도 같은 위치에서 비슷한 자음들이 같이 나오도록 했습니다. 곡의 중간에 다른 파트가 "용감하다"와 "장하도다"라는 가사를 따로 두박자 사이를 두고 노래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용"자와 "장"자가 교대로 나오도록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용장"이라는 제 3의 의미도 들리게 하였는데 번역 중간 중간에 이런 배치를 여럿 두었습니다.

 

미숙한 번역으로 고생하고 계셔서 죄송한 마음에 글을 올렸습니다. 다음에는 이런 구차한 덧글이 없도록 깔끔한 번역을 하겠습니다. 더 많이 읽고 공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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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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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2권신중님의 댓글

T2권신중 작성일

브라보!!!  아공 저도 몇번 가사번역해서 연주된곡들 있었지만<br />확실히 전문가의 실력은 다르군요~~<br />덕분에 감사히 잘 노래하고있습니다.<br />설명이 따르니 더 의미와 뉘앙스가 확실해 지는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