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장 최고의 '명당'도 즐기지 못하면 '허당'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교성
댓글 0건 조회 5,659회 작성일 08-09-25 14:23

본문



 조선일보 2008.9.25일자 A25쪽 [공연] 기사입니다



[클래식 ABC] 연주회장 최고의 '명당'도 즐기지 못하면 '허당'


조선
김성현 기자 but_blog.gif
입력시간 : 2008.09.25 02:50



아파트나 묏자리처럼 연주회장에도 소위 '명당(明堂)'이 존재할까요. "싼 게 비지떡"이라든가 "비싸면 제값을 한다"는 말처럼 고가(高價) 티켓일수록 소리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 심리입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기준으로, 악기나 장르에 따른 명당 자리를 찾아볼까요.

우선 피아노 협주곡이나 피아노 독주회처럼 피아노가 그날의 주인공일 때는 객석 기준으로 왼쪽 좌석(무대에서 보았을 때 오른편)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입니다. 연주자의 등을 바라봐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좌석에 따라 운이 좋으면 연주회 내내 손가락의 움직임을 환히 들여다볼 수 있지요. 반면 반대편(객석 오른편)에서는 피아노 뚜껑에 가려서 연주자의 얼굴 보기도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말러와 브루크너, 쇼스타코비치처럼 대(大)편성 교향곡이 그날의 연주 곡목이라면, 되도록 앞줄보다는 뒷줄을 권해드립니다. 아무래도 악기 편성이 복잡하고 단원 숫자도 많다 보니 앞줄에서는 오히려 소리 자체가 하나로 모이지 않고 '듬성듬성' '우왕좌왕' '각개 약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반대로 연주 프로그램에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소편성 관현악이 많다면, 무대와 가까울수록 만족도도 높다는 것이 경험칙(經驗則)입니다.






  • 2008092500337_0.jpg
  •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술의전당 제공

바로크 음악을 작곡 당대의 옛 악기나 연주법으로 들려주는 '시대 연주 단체'의 경우에도 옛 악기의 음량이 현대 악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무대와 가깝게 좌석을 잡는 편이 좋습니다.

실내악이나 독주회의 경우에는 무대 뒤편의 합창석을 적극 고려해볼 만합니다. 3~4명이 단출히 연주하는 실내악이나 피아니스트 홀로 무대에 서는 리사이틀의 경우에는 1층 관객보다 오히려 더 가까이서 보고 들을 수도 있지요. 반대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이나 협주곡의 경우에는 현악과 관악, 타악기 사이에 소리의 균형이 깨질 우려가 높기 때문에 합창석을 권해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휘자의 팬이라면 두 시간 내내 그의 동작과 표정까지 모두 살필 수 있으니 합창석이야말로 최고의 자리입니다. 실제 카라얀 재임 시절,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최고 인기 자리 가운데 하나도 합창석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소리를 듣고 즐긴다는 것은 무엇보다 주관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일반론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날 연주에 감동만 할 수 있다면, 무대와의 거리나 좌석의 가격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지요. '명당'은 우리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르겠네요.***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공유
  • 트위터로  공유
  • 구글플러스로 공유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