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김우경, "평생 노래하려면 완벽주의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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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현방
댓글 2건 조회 4,004회 작성일 08-08-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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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김우경 "성공 뒤에 불면증 찾아와"
뉴욕 메트ㆍ런던 로열오페라극장 공연
마음 비우는 연습 끝에 안정찾아 평생 노래하려면 완벽주의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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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거울에서 패잔병 같은 내 모습을 봤어요. 큰 공연에 대한 부담감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다 보니 사는 게 정말 우울했어요."

이 말을 세계적인 테너 김우경 씨(32)에게서 들을 줄 몰랐다. 지난해 1월 그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127년 역사상 한국 남녀 성악가로는 처음 소프라노 홍혜경 씨(49)와 함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주연을 맡아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그해 9월 런던 로열오페라극장에서 '리골레토'의 만토바 공작으로 데뷔했고 오는 10월 이 극장에서 홍혜경 씨와 '라 보엠'을 부를 예정이다.

하지만 세계 3대 극장을 차례로 점령하며 그의 존재와 위력을 알리기 시작하던 지난해 시련이 동시에 찾아왔다. 독일 뮌헨음대를 졸업한 후 4년 동안 드레스덴 젬퍼오페라극장 전속 가수로 안정적으로 활동하다 다른 무대에 첫 발을 디디는 게 힘들었다. 집에서 아내가 차려 주는 밥을 먹고 버스로 출퇴근하다가 갑자기 호텔생활을 하는 것도 어렵고 심리적 압박감이 심했다.

"며칠 동안 한 숨도 못 자고 피곤한 얼굴로 연습실에 나타나자 동료 가수가 '그렇게 힘든데 왜 오페라를 하느냐'고 묻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옛날에는 노래 부를 때 가장 즐겁고 공연 직전에는 에너지가 넘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했다. 기계적인 완벽주의를 버리고 '안 되면 할 수 없다'며 자기 체면을 걸었다. 공연 직전에 반드시 지키던 몇 가지 규칙도 무시하기로 했다. 예전에 그는 무조건 10시간 숙면하고 고기를 먹었으며 욕실에 뜨거운 물을 틀고 가습기를 돌려 온 집안을 축축하게 만들어 성대를 보호했다. 3시간짜리 오페라가 끝난 후에는 잠을 자지 않고 머릿속으로 오페라 전막을 다시 부르면서 분석해야 직성이 풀렸다.

"상황이 안 좋으면 그냥 안 되는 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어요. 일주일에 서너 번씩 공연을 하는데 어떻게 매일 좋을 수 있겠어요. 앞으로 수십 년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너무 피곤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음악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던 그는 이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등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름 휴가를 위해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축제의 '리골레토' 출연 제의도 거절했다. 고대 로마 유적인 아레나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올해 86회째를 맞을 정도로 유서 깊다.

오랜 만에 고국에 온 김씨는 "1년 내내 목을 혹사시켰으니 쉬어 줘야 다음 무대에서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며 "성대를 학대하는 것보다는 딸과 함께 수영장에서 물장구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제의가 들어와도 절대 '대타' 공연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극장(슈타츠오퍼)의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 그 공연은 자신을 위해 준비된 무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그 오페라를 위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무대에 오를 수는 없죠. 동선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공연을 하면 관객도 나도 얼마나 어색하겠어요? 제 인생의 목적은 출세나 돈이 아니에요. 관객과 교감하는 예술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겁니다. 설사 그 러브콜이 마지막이고 건방지다고 욕을 먹어도 소신을 지키고 싶어요."

음역의 폭이 넓고 깊어 다양한 삶을 잘 표현하는 그는 관객에게 최고 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볼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도대체 저 사람의 끝이 어딜까"라고 궁금증을 일으키는 성악가를 지향한다. 그동안 오페라에 집중하다 11월 20일 국내 첫 독창회에서 한국 가곡을 들려주는 것도 변화의 일환이다. 그는 '가고파'와 '청산에 살리라' 등 한국 가곡 13곡을 담은 음반도 가을에 낼 예정이다.

"우연히 TV에서 플라시도 도밍고가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는 것을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한국 성악가도 발음하기 힘든 대목인 '누구의 주제런가'를 너무 정확하게 부르더군요. 좀 부끄럽기도 하고 한국인이 우리 가곡을 더 잘 소화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지금 '제2의 김우경'을 꿈꾸며 유학길에 오르는 후배가 많다. 김씨는 그들에게 "나처럼 되려 하지 말고 좀 더 큰 포부를 가지라"고 조언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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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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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호님의 댓글

신승호 작성일

도밍고의 "그리운 금강산"은 성악인들에게 도전이 되는 연주였나봅니다.<br />
음... 동영상이 있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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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현님의 댓글

구자현 작성일

이런 사람들도 나름 고민들이 있구만요...암튼 세상에 공짜는 없고 그냥 되는 일들은 엄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