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마에는 까칠한데.....불후의 마에스트로는 어땠나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오현방
댓글 3건 조회 3,186회 작성일 08-11-03 17:08

본문

강마에는 까칠한데… 불후의 마에스트로는 어땠나
카라얀, 단원들과 늘 불협화음 낸 독재자
토스카니니, 막말 서슴치 않는 폭군형
블루노 발터, 연주자 실수 감싸안아준 신사
푸르트뱅글러, 유대인 단원 지켜준 의리파





image_readtop_2008_668338_1225617194111110.jpg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주인공>
"니들은 내 악기야. 난 오케스트라 악기를 연주하는 거고, 니들은 그 부속품이라고! 늙은 악기, 젊은 악기, 울며 뛰쳐나간 똥덩어리 악기, 회사 다니는 악기, 카바레 악기, 대드는 악기…."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김명민)는 실력 없는 단원들에게 독설을 쏟아내며 다그치는 폭군형 지휘자다. 그는 아름다운 선율을 위해 일체의 타협을 거부하는 완벽주의자이지만 음악적 열정이 넘치는 오합지졸 단원들을 몰래 도와주는 외강내유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실제 지휘자들도 강마에처럼 단원들을 혹독하게 다룰까. 20세기 최고 지휘자인 토스카니니(1867~1957년)는 단원들에게 "저능아, 돼지, 무식쟁이, 쓰레기"라며 막말을 쏟아내는 냉혹한 수장이었으며, 베를린 필하모닉의 종신지휘자 카라얀(1908~1989)은 단원들과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독재자로 군림했다. 전형적인 이탈리아인 기질을 타고난 토스카니니는 성질이 불같아서 걸핏하면 지휘봉을 부러뜨렸기 때문에 항상 길이 47㎝의 지휘봉을 사용했다.그는 데몬(Demonㆍ신들린 사람)처럼 일했고 단원들에게도 똑같은 것을 기대했다. 리허설 도중 어느 연주자가 부적당한 소리를 내거나 연주가 뜻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베수비오 화산처럼 폭발했다. 지휘봉이나 악보를 집어던지기 일쑤였고 비위가 상하면 리허설 도중 나가버렸다.

카라얀은 폭압적이지는 않았지만 절대 권력을 행사했다. 오죽했으면 단원들이 그의 후임으로 온 클라우디


image_readmed_2008_668338_1225617194111107.jpg
오 아바도(75)의 민주적 운영방식에 적응을 하지 못했을 정도였을까. 카라얀은 1983년 '금녀(禁女)의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에 23세 여성 클라리넷 연주자 자비네 마이어를 영입하면서 단원들과 틀어졌다. 단원들이 항명을 하자 분개한 카라얀은 모든 연주 스케줄을 취소하면서 잔인하게 대응했다.

단원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교사가 학생을 대하듯 굴욕감을 준 이 두 사람과는 달리 브루노 발터(1876~1962년)와 푸르트벵글러(1886~1954년)는 매우 인간적인 지휘자였다. 빈 국립오페라극장을 이끌었던 브루노 발터는 실수를 거듭하는 단원에게 웃으면서 "젠틀맨"이라 불렀을 정도로 아량 넓은 거장이었다. 예술이 정치를 초월한다고 믿었던 푸르트벵글러는 서슬 퍼런 나치 통치하에서도 베를린 필의 유대인 단원들을 보호해준 의리파였다. 히틀러의 협박에도 그는 "바그너와 베토벤이 연주되는 곳이면 인간은 어디서나 자유롭다"고 맞섰다.

오케스트라 수익성이 강조되고 지휘자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즘에는 발터처럼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지휘자가 대세다. 베를린 필의 사이먼 래틀(53)이나 한국의 거장 정명훈(55) 등 세계 유명 지휘자들은 대부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21세기 음악계에서는 독선적인 '강마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로 단원들 위에 군림하려 했다가 마찰만 일으키고 맥없이 물러난 지휘자들도 상당수 있다.

사교적인 성격의 래틀은 단원들과 대화를 통해 음악 방향을 결정하는 '열린' 지휘자. 그렇다고 완전히 단원들의 자율에 맡기지 않는다. 연습 중에 단원들 사이를 걸어다니며 "관악기만 따로 연주해볼까요?"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사실 세계 1위 교향악단인 베를린 필에서 파트별 연습을 요구하는 것은 모욕이다. 하지만 단원들은 래틀의 음악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기꺼이 협력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인 정명훈은 모욕적인 말을 하지는 않지만 단원들은 그의 카리스마에 눌린다. 그는 연습할 때 지그시 눈을 감고 지휘하는데 틀린 대목이 나오면 갑자기 두 눈을 부릅뜨고 노려본다. 바이올린 파트를 향해 "활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고 지적하며 "큰 나무의 뿌리 깊숙이 파고드는 선율,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따뜻하고 인간적인 음악을 끌어내라"고 정중하게 부탁하지만 무게감은 엄청나다. 한 번 지적을 받은 단원은 상당한 중압감을 느끼며 연습에 매달린다.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 탈모증에 걸린 사람도 있다.

[전지현 기자 /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공유
  • 트위터로  공유
  • 구글플러스로 공유

댓글목록

profile_image

오현방님의 댓글

오현방 작성일

매일경제신문에 의외로 음악기사가 많이 실립니다.<br />
오늘 기사가 재미 있습니다.<br />
매일경제 많이 보지 않으실 것 같아 퍼옵니다.<br />
<br />
우리의 유병무 지휘자님은 시대에 걸맞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니신 분이시니,<br />
얼마나 감사한지요.

profile_image

박정호님의 댓글

박정호 작성일

우리들의 타고난 복이 하나,둘이 아닙니다.<br />
첫째가 신이 주신 귀한 목소리이고<br />
둘째가 유병무 선생님을 모신 것이며<br />
셋째가 우리끼리의 만남 입니다.<br />
<br />
    이곳에서 여러분들과 더도 덜도 말고 딱--20년만 함께 노래부르는 것이<br />
        나만의 진실한 욕심이며,소망이며,바램입니다.  꿈만 꾸어도 행복합니다.<br />
              이렇게 모두 함께 노래 부르며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br />
  사랑 합니다!!!!!!!!!!!!!!!!!!!!!!!!!!!!!!!!!!!!!!!!

profile_image

박범님의 댓글

박범 작성일

재밌는 기사네요^^ 우리들의 마에스트로 유병무 선생님을 떠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