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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파티장'으로 변한 콘서트홀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 공연
조선
김성현 기자
입력시간 : 2008.12.15 03:17
- ▲ 두다멜이 지휘하는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 청소년 단원들이 베네수엘라 국기가 그 려진 점퍼를 걸치고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14일 낮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갑자기 조명이 꺼지고 객석이 어둠에 빠져들자 관객들은 거꾸로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무대 위의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 170여 명이 무엇을 할지 이미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휘자부터 단원과 촬영 감독까지 베네수엘라 국기가 그려진 점퍼를 모두 정장 위에 겹쳐 입자, 다시 환호는 절정에 이르렀다.
전 세계에 베네수엘라발(發) 클래식 열풍을 불어넣은 레너드 번스타인의 〈맘보〉가 첫 앙코르로 울리기 시작했다. 첼로와 바이올린을 좌우와 위 아래로 신나게 돌리고, 연주 중에 자리에서 일어서는가 하면, 타악기 주자는 채를 공중으로 집어던졌다.
가난과 빈곤, 마약과 폭력의 위험 앞에 노출된 베네수엘라의 아이들에게 총기 대신 악기를 쥐어주자는 '엘 시스테마' 운동이 1975년 시작됐을 때, 오늘날의 결과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120여 곳에 이르는 오케스트라가 생겨났고, 이 음악 운동의 혜택을 받은 유소년과 청소년만 25만 명에 이른다. 이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한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Dudamel·27)은 '엘 시스테마'의 상징이자 LA필하모닉의 차기 음악 감독에 내정된 기대주이기도 하다.
사회 운동과 음악이라는 두 가지 잣대 사이에는 미묘한 간극이 존재할 수 있다. 이들이 후반부에 들려준 말러(Mahler) 교향곡 1번이 그랬다.
지휘자 두다멜은 곡의 속도와 강세를 대담하게 쥐었다 풀었다 하면서, 단원들 스스로 물결을 일으키고 굴곡과 급류를 만들도록 했다. 구조적이거나 엄격하다기보다는 열기를 자연스럽게 분출하는 '젊음의 말러', '라틴의 말러'에 가까웠다. 정치(精緻)한 앙상블이나 절제의 미덕이 아쉬울 적이 있었지만, 감동이 완성도에 앞섰다.
이에 앞서 들려준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가운데 〈심포닉 댄스〉는 이들을 세계 무대에 알려준 '히트곡'이다. 곡이 끝날 무렵, 지휘봉이 공중에 그대로 멈추자 플루트 단원의 입은 악기에서 떠나지 않았고 바이올린 단원은 활을 내리지 않았다. 마치 정지 화면이라도 누른 듯한 3분간의 정적에 객석에도 기침 소리 한번 터지지 않았다. 침묵마저 감동의 재료로 활용하는 베네수엘라 젊은이들의 명민함에 기립하는 청중의 숫자는 늘었다. 이들의 공연은 15일 성남아트센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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