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총·마약 대신 악기·지휘봉 드니 삶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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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마약 대신 악기·지휘봉 드니 삶이 달라졌다
26세에 103년 역사 예테보리 심포니 음악 감독 맡은 두다멜
음악가의 꿈을 이룬 것은 베네수엘라의 오케스트라 운동인 '엘 시스테마' 덕분
조선
예테보리(스웨덴)=김성현 기자
입력시간 : 2008.10.20 03:13
- ▲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올 여름, 영국의 대표적 음악제인‘BBC 프롬스(Proms)’에 초청 받아 지휘하고 있다.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 제공
지난 9일 103년 역사를 자랑하는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는 청중 1200여명의 기립으로 시작됐다.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 부부가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왕림'한 것이다. 예테보리 심포니 사무국의 카타리나 다니엘슨은 "특히 실비아 왕비가 지휘자의 팬이어서 자주 예테보리를 찾는다"고 귀띔했다. 수도 스톡홀름에서 고속 열차로 3시간 가량 걸리는 스웨덴 제2의 도시가 예테보리다.
자리에서 일어선 관객들이 스웨덴 국가를 제창한 뒤, 무대 한복판에 올라선 지휘자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27세 구스타보 두다멜(Dudamel)이었다. 두다멜은 지난해 이 악단의 음악 감독으로 취임했다. 몇몇 여성 신입 단원을 제외하면 그는 단원뿐만이 아니라, 이날 관객 중에서도 최연소인 듯 보였다.
두다멜은 첫 곡인 베토벤 교향곡 2번부터 극도로 느리게 출발하며 객석에 한껏 긴장을 불어넣은 뒤, 양손뿐 아니라 두 발까지 춤추듯 열정적으로 움직였다. 그의 몸놀림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파마 머리도 함께 출렁였다. 약동하는 교향곡의 리듬이 지휘자의 젊음과 꼭 닮아있었다.
두다멜은 한국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음악가의 꿈을 이룬 것은 베네수엘라의 청소년 오케스트라 운동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 덕분"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이자 아마추어 오르가니스트로 문화부 장관을 지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는 극심한 빈부 격차와 폭력·마약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을 선도할 방법을 청소년 오케스트라 운동에서 찾았다. '엘 시스테마'가 1970년대 처음 시작했을 때는 단 7명이 모였지만 지금은 200여 곳에서 24만명이 '음악의 꿈'에 도전하고 있다. 지금은 베를린 필의 전·현직 지휘자인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사이먼 래틀이 "클래식 음악계의 미래는 베네수엘라를 보면 안다"고 격찬할 정도다.
"어린이 교향악단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열세 살 때, 어느 날 지휘자 선생님이 조금 늦게 도착하셨죠. '그동안이라도 내가 지휘를 해볼게' 라면서 친구들 앞으로 올라갔죠."
그 뒤로는 멈추지 않았다. 15세 때는 어린이 교향악단의 음악 감독이 됐고, 18세 때인 1999년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교향악단의 음악 감독으로 정식 취임했다. 그는 "우리는 단 한 번도 리허설을 빼먹지 않았고, 한 주도 음악회를 거르지 않았다. 우리는 함께 배우고, 함께 연주하며, 함께 자란 가족이었다"고 말했다.
"칼이나 총, 마약 대신에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을 잡으면서 우리의 삶이 달라진 거예요. 지금은 악단을 떠난 친구들도 의사와 엔지니어가 됐고, 공연장을 즐겨 찾는 수준 높은 청중이 되었어요."
그는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유토피아 같기만 한 그 바람이 베네수엘라에서는 현실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에는 미국의 명문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도 겸임하게 되는 '꿈의 전령사' 두다멜은 오는 12월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함께 처음으로 내한한다.
▶12월 14일 예술의전당, 15일 성남아트센터,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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