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젊음과 음악으로 청중을 감염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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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교성
댓글 0건 조회 3,895회 작성일 08-12-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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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젊음과 음악으로 청중을 감염시키다"


 


연합뉴스 herena88@naver.com
입력시간 : 2008.12.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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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최은규 객원기자 = 터질 듯한 젊음에 청중 모두 감염됐다.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 위에는 순수한 열정과 뛰어난 실력으로 무장한 수많은 젊은 음악가들이 실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대고 있었다. 그날의 관객들을 짜릿한 감동으로 몰고 간 주인공은 바로 신세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이하 SBYO)다.

SBYO는 베네수엘라의 저소득층 예술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의 성공사례로 거론되며 큰 관심을 불러 모았고, 인터넷의 동영상으로 소개된 두다멜의 열정적인 지휘 모습과 베토벤 교향곡 음반은 국내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음반과 영상에 나타난 그들의 모습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실제 공연장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청중 모두를 음악으로 끌어들이는 놀라운 교감능력이야말로 그들만의 특별한 힘이기 때문이다.

무대를 가득 채운 연주자들의 수는 거의 150명에 육박했다. 제 1바이올린과 비올라 등의 연주자 수가 20명이 넘었고, 그에 따라 관악기 주자들의 수도 대폭 보강돼 무대 위는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도 없었다. 지나치게 많은 연주 인원으로 인해 자칫 앙상블이 산만해질 위험이 있었으나 막상 연주가 시작되자 그런 우려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활털을 유난히 팽팽하게 조인 채 진지하게 연주에 임하는 현악 연주자들은 바짝 조인 활털만큼이나 앙상블의 긴장감을 유지했고, 금관악기 주자들과 황금빛 울림과 타악기 주자들의 생기 넘치는 리듬은 관객들에게 즉각적으로 호소했다.

전반부 연주곡목은 번스타인의 ’심포닉 댄스’로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 수 있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내용을 9곡의 짧은 음악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음악적으로는 재즈의 요소와 남미 풍의 리듬이 가미되어 있어 베네수엘라의 음악가들의 감성과 잘 맞아떨어졌고, 특히 네 번째 곡인 ’맘보’는 젊은 음악인들의 열기를 발산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정작 더한 감동을 준 것은 시끌벅적한 ’맘보’ 연주가 아니라 조용한 피날레 연주였다. 느린 템포로 시작되는 도입부에서부터 현악기군의 아름다운 음색이 빛을 발했다. 여주인공 마리아의 노래인 ’나는 사랑을 가졌네’의 선율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소리에는 젊은이다운 거친 혈기가 아니라 잘 다듬어진 진지한 열정이 담겨있었다. 이윽고 피날레의 음악이 아름답고 조용한 결말에 이르자 오랜 시간 정적이 흘렀고 두다멜의 지휘봉은 한참 동안이나 허공에 머물러있었다. 거의 20초간 지속된 마지막 여운의 잔향이 콘서트홀에 흐르는 동안 연주자도 청중도 침묵을 지키며 그 특별한 감동의 순간을 함께 나누었다.

후반부에 연주된 말러 교향곡 1번에서 두다멜은 이 곡에 대한 예리하고도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며 시종일관 예상을 뒤엎는 흥미로운 진행으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날 연주회의 전곡을 악보 없이 암보로 지휘한 두다멜은 확신에 찬 태도로 템포를 신축성 있게 진행시키는가하면 연주 효과를 위해서라면 악보에 없는 악기를 더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본래 4관 편성인 이 교향곡을 6관 편성으로 늘려 음량을 보강한 것은 물론이고, 마지막 4악장의 절정인 승리의 테마를 더욱 감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8명의 호른 주자 외에 트롬본과 트럼펫 주자 각 1명 씩을 추가로 배치해 기립 연주를 선보이는 등 음향이나 연출의 모든 면에서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다.

압도적인 교향곡 연주가 모두 끝나자 객석 여기저기에서 열광적인 환호성과 기립박수가 끊이지 않았고, 합창석에서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SBYO의 연주를 지켜보던 부산 소년의집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SBYO 단원들에게 열띤 박수갈채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본 공연 후 계속된 두 곡의 앙코르 연주는 들뜬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두다멜과 SBYO 단원들은 베네수엘라 국기 모양의 점퍼로 갈아입은 채 번스타인의 ’심포닉 댄스’ 중 ’맘보’와 남미의 작곡가 알베르토 지네스테라의 ’말란보’를 앙코르로 연주하며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거나 악기를 흔들어대며 음악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들의 흥겨운 모습에 객석에 있던 청중 모두 뜨겁게 호응했고, 앙코르 연주 후 SBYO의 단원들이 입고 있던 점퍼를 객석을 향해 던지자 객석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지휘자 두다멜은 객석에 앉아있던 지휘자 곽승에게 직접 자신의 점퍼를 선물하는 정겨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곽승은 매년 베네수엘라로 날아가 ’엘 시스테마’에 참가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두다멜도 그의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한 적이 있다.

두다멜과 SBYO의 공연은 15일 저녁 성남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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