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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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월태
댓글 1건 조회 3,568회 작성일 08-12-0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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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겨울은 오고야말았어
심상치 않은 겨울
겨울다운 겨울이 온 것이지
퇴근길에 붕어빵 한 봉지 샀지
덥썩 한 입 베어 물었어
아 뜨거...
팥죽을 왜 동짓날 먹는 지 그 이유 알 것 같아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붕어빵을 먹지 않고
지내왔던 것이었을까
붕어빵에도 먹는 법과 자세가 있는 것인데

잘 살던 시절을 추억하는 사람은 없다
가난했던 시절을 추억하노니
따뜻했던 겨울을 추억하는 사람은 없다
혹독하게 추웠던 겨울을 추억하노니

연탄 한 구루마 김장 무 배추 한 구루마 고구마 한 가마
집안에 들여 놓으면 얼마나 아늑했었던가
겨울밤은 길고도 길어 어린 형제들은 아랫목 빼앗기
이불 잡아당기기 생무 생고구마 깍아먹기 고구마 구워먹기 하다가
잠에 빠져들곤 했어
밤새 문풍지 울고
새벽잠에서 깨어나면
머리 맡에 놓아둔 물 대접엔 살얼음 떠있어 훅 불어 마시곤 했었지

추억 같은 겨울이 기어이 왔어
붕어빵이 먹고 싶어지는....
직장 잃은 수 많은 사람들 거리로 몰려나와 뭔가 팔아야 할 터인데
그 거리 장터처럼 훈훈해졌으면
아마도 이번 겨울엔 붕어빵 굽는 기계틀 주물공장만은 호황일 것이지
공장 사업 실패한 동창 불러내 소주 한잔 마시며
귀엣말로 이 사실 알려주어야지


시작: 조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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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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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님의 댓글

박정호 작성일

아무리 보아도 역시 조 태백이로세.올 겨울은 훈훈한 조 태백의 마음에 와닿는<br />
싯귀로 보내고 싶네.한 귀절 한 귀절이 옛생각을 떠 올리게 하누나.거 ---참--<br />
우리 담엔 붕어빵말고 쐬주나 한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