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의 미래 전략 실험장

	덕평자연휴게소의 건물 사이에 있는 소공원에서 방문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공원 중앙의 연못 에는 지하수 1급수가 흐르고 있다. [안성식 기자]

연못과 개울이 흐르는 소공원, 노란색 야생화가 뒤덮은 언덕….

26일 낮 12시쯤 경기도 이천 영동고속도로 주변에 위치한 덕평자연휴게소에서는 ‘빨리 밥 먹고 급한 일 보는 곳’이라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카메라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부모, 연못 주위의 벤치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연인들 등 사람들의 움직임도 여유로웠다.

강원도 횡성으로 늦은 휴가를 떠난다는 김기준(33·회사원)씨는 “끼니만 때우고 가려고 했는데 가족과 함께 산책하다 보니 예상 시간보다 30분 이상 더 머물렀다”고 말했다. 개울가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던 성미란(38·여)씨는 “휴가처가 따로 없다”며 “붐비는 도시의 공원보다 안락하고 여행 왔다는 느낌도 든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처럼 멋진 휴게소가 코오롱의 친환경 첨단기술을 모두 모아 놓은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코오롱그룹은 이 휴게소를 2007년 1차로 상행선 차량만 드나들게 완공했고, 올봄에 하행선 출입로를 만들었다.

우선 외관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이곳의 주차장은 예사 주차장이 아니다. 지하 170m 깊이에 파이프들이 심어져 있다. 파이프 안의 물이 지하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며 순환하는 냉난방 시스템이 있다. 연중 15도 정도의 균일한 지열에 의해 이 물이 여름엔 차가워지고, 겨울엔 뜨거워져 냉난방으로 활용된다. 코오롱은 덕평자연휴게소에 이 시스템을 활용했다. 특히 코오롱건설은 이 기술을 확산시켜 올 하반기 각 가정의 냉난방에 지열을 이용한 아파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 쌍문동 하늘채아파트는 땅속의 열을 이용해 냉난방 비용을 30~40%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단지 내 부대시설 등에 지열을 이용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이같이 생활공간까지 지열을 이용한 아파트는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덕평자연휴게소의 건물 천장을 보면 또다른 코오롱의 친환경기술을 엿볼 수 있다.



외장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활용된 것이다. 박막형 태양전지를 유리 사이에 끼운 형태로 제작돼 발전기능은 물론 유리창 역할도 한다. 태양전지 설치공간을 위한 별도의 부지가 필요 없기 때문에 경제성이 우수하다. 50㎡ 면적에서 120개의 형광등을 동시에 점등할 수 있는 전력이 생산되고 있다. 코오롱건설은 이런 외장형 태양광시스템을 경기도 용인 구갈 하늘채아파트, 대구 달성산업단지, 원주시청사 등에 적용했다. 이웅열 회장은 이 태양광 사업을 그룹의 미래 전략사업으로 공식 선언했다. 현재 광주과학기술원의 ‘히거 신소재 연구센터’와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 연구도 하고 있다.

휴게소의 친환경 오수처리 시설도 코오롱건설이 자체 개발한 분리막 이용 하수고도처리기술(KIMAS) 공법을 이용했다. 다양한 신기술과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이 휴게소를 건설하는 데 일반 휴게소 건설비(약 100억원)보다 다섯 배 정도 많은 46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김승일 코오롱그룹 상무는 “‘휴게소도 이제 자연과 함께 숨쉬며 건강까지 찾아갈 수 있는 곳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이웅열 회장의 의지가 작용한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이 건물은 2007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대통령상에 선정됐다. 화장실은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당초 “휴게소 하나에 너무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올봄 하행선 차량 출입구가 완공된 뒤 이런 목소리가 사라졌다. 그동안 적자를 내던 이 휴게소는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흑자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방문객도 하루에 많게는 2만 명에 달한다. 이 회장은 아예 휴게소에서 친환경 교육 프로그램과 문화 프로그램도 해보라고 지시했다.

문병주 기자, 엄지혜 인턴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