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담만유 18. 뼈와 살이 타는 유혹 1. 쇠고기 - 스테이크, 56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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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수구
댓글 6건 조회 3,320회 작성일 10-01-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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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와 살이 타는 유혹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1. 쇠고기-스테이크, 56하우스


 


소는 인간에게, 농경 사회건 목축 사회건 관계 없이, 이로운 동물이다. 농사의 수단이며 이동에 편익을 주고 우유를 제공하고 죽어서는 고기와 가죽, , 창자, 뿔 등 모든 부위를 인간에게 주고 간다.


 


프랑스인들은 고급스런 입맛에 걸맞게 이 소의 부위를 30개 이상으로 구분하여 다룬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이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소에 대한 실제 고기의 발굴, 해체 과정에서 보여주는 해부학적 지식을 자랑하는 인류의 일파가 있으니 다름 아닌 우리 한민족이다.


 


일단 살펴 보자면 좀 겹치는 부위가 있더라도 걸랑, 고거리, 고들깨, 곤자소앞거니, 제니, 구녕살, 꼬리, 꾸리, 꽃등심, 끈꾸리, 날개살, 넓은다대, 다대, 달기살, 대접살, 도가니, 도래목정, 둥덩이, 등갈비, 등성마루살, 등심, 등심머리, 떡심, 동창, 만하바탕, 만하, 멱미레, 목정, 뭉치사태, 맷고기, 미질, 방아살, 발채, 보습살, 부채살,  비역살, 사각, 새창, 서대, 서푼목정, 설도, 사태, 살치, 설깃, 설밑, 쇠가리, 쇠머리, 쇠섬떠개, 쇠몽두리, 수구레, 아구살, 아롱사태, 안심, 안창, 앞거리, 유창, 양지머리, 업진살, 우신, 우둔, 우랑, 우설, 이바구니, 익은이, 젖부들기, 제복살, 제비추리, 중치, 차돌박이, 치마살, 채끝, 토시, 홍두깨… 등이 있다.


 


거기다가 곱창, 막창, , , 허파, 염통, 울대 등 내장 부분도 일미로 쳐주기도 하고 심지어 꼬리뼈, 등골이나 다리뼈 등을 폭폭 고아서는 곰탕과 설렁탕 등을 끓여 그 진액을 빨아내려고 갖은 몸부림을 친다.


 


먹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저미고 다지고 베고 썰고 부수고 끊고 잘라 내서는 끓여 먹고 고아 먹고 구워 먹고 볶아 먹고 생으로 먹고 저미고 다지고 이것 저것 뿌리고 넣고 첨하고 더하고 빼고 기름 건지고 다시 식히기도 하고 식혔다가 다시 데우기도 한다.


 


굽는 방법과 연료와 도구도 제 각각이다.


숯불에 굽는 방법이 대표적이나, 숯도 백탄 참숯에서 시작하여 대나무 숯, 숯에 아욱이나 취, 도토리 잎사귀 말린 것을 같이 부수어 반죽해 바싹 말린 숯을 쓰기도 한다. 야외에서는 번개탄 비슷하게 생긴 숯을 쓰기도 한다. 장작에 굽고 연기에 그슬려 훈연하고 가스 불, 솔가리, 짚풀 등에 굽기도 한다. 철판에 굽기도 하고 솥뚜껑에 올려 굽는다. 석쇠에 올리기도 하고 번철에 올리기도 하고 아니면 꼬치에 꿰고 불 고문을 가한다. 아예 돌 위에 올려 굽기도 하는 석기시대 아닌 석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소스도 다양하다 그냥 소금, 후추나 각종 허브를 넣은 것, 겨자, 간장, 바비큐 소스, 스테이크 소스, 불고기 양념으로 재우지만 그 양념도 갖가지 모양과 맛이 존재한다. 고기를 연하게 하는 효과를 노리려 파인애플이나 사과, 키위 등을 이 불고기 양념에 섞는다.


 


마늘과 같이 굽거나 볶기도 하고 고추장 양념으로 적화통일 시켜 구워 버리기도 한다. 생선젓이나 레몬이나 라임이 들어가기도 하고 생강이나 월계수 잎을 만나 겁결에 그 진한 향을 잔뜩 뒤집어 쓰기도 한다. 된장, 쌈장, 막장을 만나기도 한다.


참기름, 들기름, 올리브 기름을 맥질하는가 하면 고약한 이들은 잔뜩 고추 기름을 묻히기도 한다. 밀가루나 전분, 혹은 계란반죽을 입혀 볶아내기도 하고 아예 튀기기도 한다.


 


살짝 끓는 물에 데치기도 하고 이게 성에 안 차면 아예 24시간 푹푹 찌고 삶고 고아낸다. 여기 무나 배추, , 각종 부재료들이 덤벼들어 최상의 국물을 자아내기도 한다. 토마토, 감자, 양파 등등이 어우러져 스튜가 되기도 한다. 다지고 다져서 떡갈비를 만들고 햄버거 스테이크를 만들고 미트볼로 빚고 간장에 푹 담가 장조림을 만들기도 하고 지지고 볶고……


 


심지어 나 같은 그악스런 육식인종은 아예 불기를 접하기도 전에 덤벼들어 육회라는 이름으로 환장하고 먹어대기도 하니, 그 변모의 수법을 어찌 흉중에 다 담고 지면에 다 쓰리요.


 


요리의 역사는 이 소를 비롯한 육류를 어떻게 더 맛있게 만드느냐를 가름해온 역사라고 보면 편협한 시각일까? 사실 소고기는 약간 질기다. 이 질긴 소의 몸뚱아리에서 부드러운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고 그 부위들을 어떻게 요리해서 사람의 입맛에 맞추느냐 하는 것이 또한 목표 사항이다. 또 어떤 부위는 어떤 요리 방법이 적당한가를 찾아내는 것도 선결과제다. 다행이 동서양의 선현 제공들이 칼과 불을 가지고 (그 이전에 망치나 도끼로 소를 도살한 분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아니, 소에게 먼저 감사하고 자연에 감사해야지.) 열심히 노력한 덕에 소의 수 많은 부위에 대한 적절한 요리법은 이미 나와있는 상태다.


 


이 이담만유의 연재를 통해 가장 많이 쓰고 싶은 유혹을 느꼈던 음식재료가 바로 쇠고기를 비롯한 육류요리다. 또 동두천에 산재한 음식점 중에서 육류요리에 남 다른 노하우를 갖고 있는 집들도 꽤 된다. 그러나 어쩐지 글의 재료로 삼기에 부담이 가는 요리재료이기도 하다. 워낙 육류의 종류도 많고 요리법도 다양하다. 사실 냉면이나 설렁탕의 재료도 쇠고기 아닌가? 하지만 벽장에 감춰둔 곶감을 꺼내 하나하나 빼먹듯이 육류요리, 주로 불에 굽는 요리를 조금씩 풀어나가려 한다.


 


나는 혼자서 이 소고기를 즐겨 요리해 먹곤 한다.


특히 한국보다 소고기 값이 훨씬 싼 여기 말레이시아에서는 가격도 저렴하고 질도 좋은 호주나 뉴질랜드산 고기가 많이 들어와 있다. (말이 났으니 망정이지 여기서 미국산 소고기는 볼 수가 없다. 혹 있어도 그것은 한국에 수입되는 것들하고는 전혀 종자가 다른 것들이다. 음식은 신성한 것이다. 어떤 하자가 발생할 여지도 남기면 안 된다. 임오군란이라는 조선 말기 정변이 구식 군인들에게 썩은 쌀을 배급해 줘서 생긴 일이 발단이 됐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때때로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곤 하는데, 소고기가 혈관이나 심장 건강에 안 좋다는 여러 연구결과나 경고도 쇠고기의 그 고소하고 입에 달라붙는 맛 앞에서는 그 실효를 상실한다. 이제 고기, 특히 쇠고기로 얘기가 들어왔으니 먼저 스테이크를 들어보자.


 


이 스테이크를 즐길 때는 너무 익히지 않는 것이 좋다.


너무 익히게 되면 고기의 쫄깃함이 사라지게 된다. 애써서 등심이나 안심을 골라 요리하는 보람이 없는 것이다.


 


스테이크는 보통 안심, 등심, 그리고 안심과 등심이 T자 형태의 뼈를 사이에 두고 공존하는 T-(bone)스테이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나는 때로 다른 부위로도 스테이크를 하기도 한다. 안심의 부드러운 맛, 등심의 씹는 맛이 아니라 하더라도 안창살, 살치살, 부채살, 채끝살, 토시살 등의 씹히는 감이 더 좋을 때가 있다.


 


혼자서 혹은 친우나 지인을 불러 스테이크를 하게 되면 내가 마치 오너 셰프가 된 기분으로 우쭐해서는 직접 구워서 드리니 관계가 돈독해짐은 물론이요 작업(?)에도 그만이다. 다만 제대로 환풍이 돼야 하고 불조절이 쉬운 주방을 보유해야 하는 것과 숙달된 손놀림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요리에 이력이 붙은 후에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소스를 선정하는 것도 일이다.


 


상대방에 따라 블랙페퍼 소스를 만들 것인지, 레몬이나 오렌지 같은 과일 향이 나는 것으로 할 지, 버섯이나 브로콜리에 크림을 넣은 부드러운 것으로 할 지 아니면 전혀 독특한 무언가를 고안할 지 그것도 일이다. 일이긴 일이되 즐거운 일이다. 전에 여기 쿠알라룸푸르에서 알게 된 늙은 프랑스인 부부와 그들의 아리따운 따님이 나를 집으로 초대해 거위 간을 대접해 주신 적이 있었다. 나도 그들을 초대해서는 한우 등심에 불고기 양념을 얹은 스테이크와 대추를 꿀에 졸인 것을 디저트로 드렸더니 세 사람이 모두 외쳤다. Bien, bien! Il est fantastique!


 


참기름과 간장, 배즙이 얽혀 만들어 내는 달달한 맛이 괜찮았나 보다. 요리는 타인을 위한 배려가 구 할이다. 그 배려에서 신선한 재료를 고르고 밑간을 하고 소스를 만들고 시간을 들이는 것이다. 가장 좋은 쇠고기 요리는 그냥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하고 숯불에 살짝 구워 먹는 것이라는 미각 지존들의 견해에 점점 동감하는 중이고 또 나도 그렇게 즐기는 때도 많지만 소스 또한 요리를 잘 즐기게 하는 치명적 유혹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내가 맨 처음 먹은 스테이크의 요리사는 어머니다. 어머니가 요리한 스테이크는 아마 웰던으로 익혔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맨 처음 외식하러 나와서 스테이크를 먹은 곳은 동두천 보산동에 있는 56하우스였다. 그 때 처음 먹은 미디엄-레어로 조리된 고기의 맛은 내 미각에 날카로운 첫키스와도 같은 충격을 주었다. 난 지금도  핏물이 배어 있는 스테이크를 좋아하는데, 이 때 형성된 미각의 지평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 집은 전에 스파게티를 얘기할 때 스치고 지나갔는데, 동두천에서 스테이크를 얘기할 때 이 집을 빼놓을 수 없다. 아마 나와 나이가 같은 것이다. 아주 오래된 한정식이나 국밥집을 빼놓고는 30년 이상 된 음식점을 보기 힘든 우리나라 (아마 옛날에는 전쟁과 빈곤의 영향이 컸을 것이고 지금은 유행이란 것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에서 만 40년이 됐다는 것은 대단한 역사다.


 


이 집의 이름은 특이하다.


<56하우스>, 어째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56년에 생겨서 그런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집의 외벽에 언제부터 생겼다고 연도를 척하니 갖다 붙였으니 그도 아니고, 시작할 때 오씨 성을 가진 가족이 6명이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아무래도 좋다.


 


이 집은 스테이크를 먹을 기회가 드물었던 70년대 서울서도 스테이크나 햄버거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유명했다. 재료도 미군 부대에서 들여오는 재료였다. 재료의 반입과정에 대해선 묻지 말자.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이 집의 T-Bone 스테이크는 정말 큼직하고 먹음직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안심이나 등심 스테이크도 괜찮다. 이 집의 햄버거는 그릴에 숯불로 제대로 구운 햄버거 스테이크를 사용하고 싱싱한 야채가 듬뿍 들어있어 칼로리 걱정만 뺀다면 일반 햄버거 집에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하는 걱정은 놓아도 될 것이다. 또 닭튀김이나 볶음밥, 파스타, 바다가재, 폭찹도 나름 맛있고 돈까스는 환상적이다. 그 외 샌드위치나 에그 스크램블에 베이컨이 들어간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고 가격도 그렇게 터무니 없는 가격이 아니라 고맙다.


 


스테이크를 40년 동안 구워온 집인지라 나름의 주방구조나 불조절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실제 미디엄과 레어, 그리고 미디엄 레어의 그 경계를 어느 집보다도 더 지켜준다.


 


이 집은 수프가 일품이다.


잘 부숴진 옥수수의 구수한 향내가 난다.


제대로 조리된 탄수화물은 사람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뭔가가 있다. 가마솥에서 잘 익은 밥이 그렇고 오븐에서 잘 구워진 빵이 그렇듯이 이 집의 수프 또한 아주 구수하다. 뭔지 모를 모호하고 의뭉함이 있다.


 


서울서 오자면 3번 국도를 따라 오다가 동두천 초입에서 강변도로를 타고 신천교, 동광교 갈라지는 곳을 무시하고 계속 오다가 상패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2사단 정문 방향으로 틀어 30미터 정도 가면 전철이 지나는 고가 바로 전에 약간의 주차공간이 있다 여기서 <?xml: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5 방향으로 거꾸로 되짚어 보면 작은 골목이 하나 있는데, 그 끄트머리에 있다. 아니면 강변도로에서 갈라지지 말고 계속 직진, 보산 전철역을 지나 미군부대 정문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하지만 주차가 까다로우니 인근 보산 전철역 근방에 주차하는 것이 좋을 듯.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전철을 타고 오는 것이다. 보산역에 내려서 5분만 걸으면 되고 인근의 상점들에서 신발이나 액세서리, 가방 등을 싸게 살 수도 있다. 재수 좋으면 아주 잘 마감된 등산화나 군용 물품 등을 제대로 싸게 살 수 있다. 그러니 동두천 외 타 지역에 거하는 나의 지인들이여 동두천 보산동으로 오라.


맛난 스테이크를 비롯한 각종 먹거리와 싼 물화가 그득히 있나니


 


나의 첫 외식집 56하우스, 그리고 지금도 나의 단골집 56하우스.


그 맛이 변하지 않고 창창하니 그 자리에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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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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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신중님의 댓글

권신중 작성일

요즘도 그 '형님'들은 56집에 자주 오시나요?ㅋㅋ <br />
가본지 한 10여년 된듯한데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br />
또 가고 싶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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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구님의 댓글

정수구 작성일

아직도 동두천 서식 중이며 56하우스에 출몰 중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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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님의 댓글

김태경 작성일

아...........왜 하필 이 출출한 시간에 이 글을 읽었던가???<br />
<br />
동두천으로 한번 뭉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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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건님의 댓글

박병건 작성일

ㅋㅋㅋ~<br />
검색사이트에 검색중임...<br />
스때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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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월태님의 댓글

조월태 작성일

우리 말 소고기 종류 요리하는 방법 첨가 양념종류  나열하여 빠르게  장단을 넣어 창으로 만들어보면 참 재밋겠는데....<br />
<br />
겨울도 아닌 봄도 아닌 그 새  햇빛 좋은 날 옷 차림 가볍게 입고 동두천 56 하우스 한번 찾아가 볼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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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방님의 댓글

오현방 작성일

나는 먹성이 좋아선지 무엇이든 잘 먹어 소고기라고 해서 특별히 맛있다는 것을 느끼지는 못하는데, 이글을 읽고는 56하우스에는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br />
<br />
또 오씨 6명인지도 확인하고 싶습니다.(가능성은 지극히 낮지만 혹 우리 집안사람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