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담만유 9. 왕후의 밤, 걸인의 아침 오직 위안은 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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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수구
댓글 2건 조회 3,007회 작성일 09-10-22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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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의 밤, 걸인의 아침.


오직 위안은 해장국<?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가난한 날의 행복이란 수필에 가난한 남편이 출판사에 일 나간 아내를 위해 점심밥을 마련하는 대목이 나온다. 밥 한 공기에 반찬을 달랑 간장 한 종지. 그리고 쪽지에는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 적혀져 있었다고 한다. 의미심장한 표현이라 아직도 생각나서 무슨 일에 자주 빗댄다. "왕후의..., 걸인의....."


 


 술은 걸인도 왕으로 만들어준다.


 


 그러나 과도한 음주는 왕손공자라도 걸인의 아침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이건 그러니까 왕후의 밤, 걸인의 아침이라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걸인의 아침을 잘 피하는 길은 제대로 된 해장음식을 먹는 것이 우물 고누 첫수다.


 


 간밤 음주를 후회하거나 아니면 적당히 마셨다고 하더라도 아침에 일어나 따끈한 국물로 속 풀이를 하려는 것은 한국 주당들의 인지상정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속을 어떻게 푸나? 어떤 이는 맥 도날드 햄버거에 콜라로 푼다고 한다. 어떤 이는 토마토 주스와 맥주를 반 반 섞어 마신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따끈한 수프나 스튜 국물로 속을 푼다고 한다.


 몽골을 여행하면서 그 지역의 술꾼들과 어울려 술을 먹고 나서 아침에 나에게 해장거리로 주어진 것은 우유였다. 기도 안 차서 우물쭈물하다 그냥 마셨는데, 왠걸, 그 따끈한 갓 짠 우유가 해장이 될 줄은 몰랐다. 여기 지금도 맛을 잊을 수 없는 요구르트를 곁들여 먹어 해장을 한 기억도 있다. 또 스페인 종자들과 술을 먹고 나서 진한 에스프레소로 속을 달랜 적도 있다. 그 기억 때문에 내가 에스프레소를 그렇게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다.


 북해 근방의 사람들은 청어를 그냥 삼킨다.
 
내가 아는 영국인은 진한 홍차에 우유를 친 것을 아침에 한 잔, 오후 3 ~ 4  시 경에 한 잔(말이 잔이지 거의 대접 크기) 마시면 그 날 저녁 다시 위스키를 들이킬 용기를 얻는다고 한다. 가히 홍차의 나라다운 품격이며 해적의 나라다운 용기라 할 것이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포도주를 데워 여기 기호에 따라 약간의 과일 엑기스나 설탕을 쳐서 마신다. 우리나라 전라도 지방에 가면 내가 먼저 찾는 모주와 비슷한 것이다. 모주는 막걸리에 흑설탕과 계피, 그리고 집집마다 다른 여러 재료를 넣고 끓인 것인데, 알코올 성분은 거의 남아있지 않아 몸에 무리가 없고 몸에도 좋은 것은 물론이다.


 라임이나 레몬을 짜서 알맞게 데운 것도 좋다고 한다. 일전에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와 식사를 했었는데, 이 양반 엊저녁 과음을 했는지 주방장에게 레몬을 대여섯 개 짜서 거기 올리브 기름을 띄워 달라고 하더니 그대로 원 샷! 그의 설명인즉 이렇게 하면 간 청소가 된다나? 그래서 나도 따라 먹었더니 레몬이 내 입에 맞는 듯했다. 지금도 내가 그 방법으로 레몬 즙을 들이키면 오히려 나보다 주변 갤러리들이 새우젓 먹은 고양이 상호를 하고서는 나를 신기하게 보기 일쑤다.


 


 중국은 땅이 넓은 만큼 해장 거리도 지역마다 다양하다.



 
수호지를 읽으면 청풍산의 산적 두목들인 금호랑이 연순, 난쟁이 왕영, 얼짱 <?xml: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xml:namespace prefix = st2 ns = "urn:schemas:contacts" />정천수가 (맞나?) 주인공 송강이 잡혀 오니 부하들에게 명해서 간과 염통을 꺼내 해장국을 만들어 오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자 부하들이 찬 물을 송강의 명치에 끼얹는다. 수호지 저자는 이렇게 해야 선지피를 엉기지 않게 받을 수 있다는 자못 친절한 해설을 하기도 한다.
 내가 광주를 여행할 때 해장국이랍시고 내 놓은 것은 학처럼 주둥이가 긴 새의 대가리를 그 긴 주둥이와 함께 펄펄 끓여 내 놓은 것이라 그 비쥬얼에 질겁을 한 경우도 있다. 억지로 한 숟갈 넘겼는데 의외로 맛이 좋았다.


 홍콩에서 먹은 제비집 수프는 그 밍밍한 맛에 불구하고 꽤 속을 편안하게 했다. 해남도에서 먹은 샥스핀도 꽤 좋은 해장국이다. 다만 제비집 스프는 그 가격이 비싸고 제비집 수프나 샥스핀이나 가짜가 범람하니 주의해야 한다. 혀 끝으로 세상 판단하는 것이 자신 있는 나지만 아직 중국인들이 만들어내 가짜 샥스핀과 제비집을 정확히 가려낸다는 것은 좀 더 각고의 수련을 통해 얻어져야 하는가 보다.


 


 여기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에는 화교들이 많다. 그런 만큼 중국인들이 하는 식당을 각처에서 볼 수가 있다.
 보르네오섬은 섬이 무척이나 크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나누어 차지하고 있는데 말레이시아 영토인 북쪽 해안이나 내륙의 항, 포구 도시에는 중국인들이 많이 산다.
 내가 자주 출장 가는 시부나 쿠칭, 빈툴루에 가면 이들이 하는 식당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서 여기가 중국의 시골 도시인지 말레이시아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내가 절친하게 지내는 화교 상인 집안이 빈툴루에 있는데, 여기 출장 갔을 때 그들의 소개로 빈툴루의 항구 근처 허름하지만 사람들이 많아 북적거렸던 식당에서 먹은 면의 국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고향 동두천의 대성식당의 옛 짬뽕 국물과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국물이었다.



 
여기 말레이시아 본토에도 중국인들이 하는 식당이 있는데 어느 식당은 굴로, 어느 식당은 닭과 돼지 뼈로 어느 식당은 조개를 주로 하여 각기 기기묘묘 절세가전의 국물을 뽑아낸다. 한국의 주당이 오면 함께 왕후의 밤을 보내고 걸인의 아침이 아닌 해장의 즐거움이 있는 아침을 함께 맞으련다.


 


 일본인들은 그 담백하고 감칠 맛 나는 미소 국물을 으뜸으로 친다. 또 일본식 라면이나 우동도 그 국물 맛으로 보면 가히 해장으로 좋다고 하겠다.


 


 월남 국수의 육수 국물도 좋은 해장음식이다. 안양 평촌의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 전날 과음했다 하면 근처 월남국수 집에서 국수에 양지와 차돌박이를 얹고 고수와 레몬, 숙주를 양껏 투입, 그 국물을 즐겼다. 그러면 어지간한 숙취가 아니고는 정말 거짓말처럼 싸악 풀리는 것을 느낀다. 나만의 플라시보 효과인가? 동두천에 아는 분들이 안창말에 월남음식 전문점을 내서 한국에 있을 때 자주 가곤 했는데, 요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신다고 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여기 말레이시아에서도 월남국수는 내가 즐기는 메뉴 중 하나이다. 여기서는 술을 자주 마시지 않기 때문에 해장용이 아니라서 그 숙취해소의 신묘한 효능은 자주 경험하지 못한다. 여기서 보니 타이의 전통음식인 똠얌수프가 있는데, 이것도 시큼얼큰한 맛이 해장용으로 쓸만하다 할 것이나 그 향이 한국의 술꾼들에게는 어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동남아 음식의 향이 나왔으니 말인데, 한국 남자들은 이 동남아 음식이나 중국음식에 나오는 고수풀, 모기풀이라고도 하고 향채香菜라고도 하는 이 풀에 대한 증오심이 상당한 듯 하다. 음식에 이 풀이 섞여 나오면 대번에 메스꺼운 표정부터 짓는다.


 중국 소주蘇州에 여행하면서 어느 유서 깊다는 식당엘 들어가서 요리를 시키는데 주인장이 어디서 왔느냐고 묻길래, 워쉬한궈렌(나 한국사람이외다)이라 했더니 대뜸 주방에다 대고 뿌야오샹챠이!(향채 빼고~)라 외치는 게 아닌가? 그래 내가 다시 주방에 대고 질렀다. 메이요, 워야오샹챠이!(아니요, 난 향채 넣으세요.) 그랬더니 주인장 내가 더듬더듬 중국말을 하고 향채도 잘 먹는 것이 기특하게 여겨졌는지 오래된 술도 한 잔 주고 야채볶음이며 오리껍데기 구운 것도 더 주는 것이 아닌가? 낯 선 이들에게 별 인심 쓸 줄 모르는 중국인들에게 받은 대접 치고는 과했다.


 하여간 한국 사람들 이 고수풀에 대한 증오심을 버리길 바란다.


 아마 고수풀이 정력에 좋다면 벌써 거덜났을 텐데. 그런데 이 고수풀이 정말 그렇다. 몸 안의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혈압을 조정해 주며 콜레스테롤이 형성되는 것을 막아준다. 그만하면 좋지 아니한가? 게다가 이 풀을 오래 자주 먹으면 모기가 잘 물지 않는다고 하니 더욱 좋지 아니한가?


 


 하여간 인류가 술을 마시면서 술과 연관이 된 해장 음식의 유래와 유서가 복잡하고 광범하고 다양하며 별스러운 데 놀란다.



 하나, 
술과 떼어 놓을 수 없는 민족이 바로 우리 배달 민족이니 그 해장 음식의 종류 또한 다채롭기로 으뜸이다.


 


 먼저 선지 해장국은 그냥 해장국이라고만 일러도 금방 떠오르는 음식이다.


 


 갓 잡은 소의 피를 굳히고 우거지, , 콩나물 등을 같이 끓여낸 음식이다.
 아스파라긴 성분이 많아 숙취해소에 좋고 철분이 풍부해서 과음으로 인한 체내의 영양결핍을 막아준다. 옛날 대학생 때부터 낭인생활을 하면서 청진동에서 꽤나 많이 이 해장국을 먹었다. 속을 풀어준다면서 다시 먹는 소주의 맛이 그렇게 알싸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밤새 지음들과 어울리다 새벽녘에 들른 청진동에서 해장국에 소주를 들이키다 보면 어느 새 동이 터오곤 했다.



 
그런데 이 유서 깊은 청진동의 해장국 집들과 피맛골의 맛집들이 도심재개발에 밀려 자리보존을 못하고 있다니 윗니 아랫니가 합세해서 맷돌질을 시작, 부득부득 갈릴 노릇이다.


 전국의 술꾼들과 미식가와 해장국, 파전 매니어들이 일치단결해서 막아야 할 일이 아닌가? 하긴 삽질과 밀어내기 말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양반을 대통령으로 순풍순풍 뽑아드린 천진한 백성들이니 그런 전통이 가뭇없이 사라지고 대책 없이 뿌리 뽑힌다고 해도 별 뉴스거리도 아닌 것은 당연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온통 회색 콘크리트로 덮이고 철거민들은 계속 죽어가고 정감이란 없어진 지 오래된 조국만이 남을 것 같아 애처롭기 그지 없다. 아무튼.


 


 동두천의 선지해장국집 중 제일시장 내에 있는 형제불고기 집이 오래되고 맛도 있다. 이 집은 생고기와 불고기도 맛있지만 해장국도 좋다.
 또 소요산 벨기에
룩셈부르크 참전비 밑에 있는 해장국집도 선지가 신선하고 맛이 있었다. 전에는 천엽과 생간도 팔았는데 삼겹살로만 단일화 시켜서 아쉬운 감이 있다. 이른 아침에 소요산 자재암까지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그 끈끈한 선지해장국과 천엽, 그리고 한 잔의 소주가 주는 유혹을 못 이기고 이 집에 들러 다이어트의 자체 약속을 파기한 횟수가 무릇 기하뇨? 이 집에 술이 덜 깬 정신으로 들러 먼저 소주와 천엽을 들면서 어제 저녁 동지들과 못 다한 얘기들을 다음에 하리라 다짐하면 뜨거운 뚝배기에 펄펄 끓는 선지 해장국이 들려온다. 선지를 작은 접시에 따로이 담고 계란 하나를 톡 깨서 넣고 밥을 조금 말은 후에 꺼내 놓은 선지와 내장을 공기에 남긴 밥과 함께 넘기고 이후 남은 국물에 고추기름을 좀 붓고 훌훌 넘기면 세상이 다 내 것이다.
 물론 휴일이나 백수 시절에만 구사할 수 있는 삶의 방법론이다.


 


  또 동두천은 아니지만 열두개울 유원지 초입에 있는 양평해장국 집도 수 많은 주당들의 심금을 울린 집이다. 이 집의 해장국이 점점 누린내가 나는 것 같아 잠시 멀리했는데, 얼마전 한국에 갔다가 술 먹은 다음날, 어제의 용사들과 함께 찾아간 이 집은 주인이 바뀌었는데도 그 전의 맛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더 깔끔한 맛을 내고 있었다. 특히 선지와 내장을 듬뿍 섞은 8,000 원 짜리 내장탕의 맛에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마신 술에 구정 연휴의 반나절을 회오와 각성 속에서 지내야 했을 정도로 입맛 확 당겨주는 아우라가 있었다.


아흐!


 


 선지해장국과 쌍벽을 이루는 것이 바로 콩나물해장국이다.


 


 콩나물해장국은 본래 전라도 땅 전주가 제 본향이다.


 전일 군산과 전주를 왕래하며 사업하는 동안 깨달은 것이 전라도야말로 미향味鄕이요 예향藝鄕이라는 것이다. 웬만한 집을 들어서도 절대 실망하는 법이 없다. 그러니 그 고장에서 가려 뽑힌 식당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전주의 삼백집에서 먹은 콩나물국밥은 정말 맛있었다. 이 집은 썰이김치와 함께 그 국물이 담백하면서도 시원하고 맑으면서 깊이가 있다. 또 다른 집들도 저마다의 미태味態를 뽐내고 있다.


 


 콩나물국밥은 콩나물이 듬뿍 갖고 있는 숙취해소 성분과 간을 맞출 때 들어가는 새우젓, 그리고 국물을 낼 때 들어가는 각 집마다의 재료가 어제 먹은 술을 멀찌감치 밀어내 준다.
 동두천에서 콩나물 해장국을 전문으로 하는 집은 별로 많지 않지만 전일 부대찌게 편에서 소개한 전주콩나물해장국 집이 그 윗길을 차지하고 있다. 이 집은 특히 고봉으로 담아주는 밥과 가짓수 많은 반찬이 좋고 진한 북어와 콩나물이 뒤섞인 듯한 그 국물맛이 좋다. 고춧가루가 다소 많이 들어가서 국물이 탁해 보이지만 맛은 좋다
 
 한 가지 불만이라면 콩나물국밥은 계란을 깨 넣은 후 아직 익지 않은 노른자와 국물, , 밥을 섞어 그 특유의 질감을 즐기는 것이 본령이지만 이 집에서는 미리 계란을 넣어 거의 익힌 상태에서 내준다. 듣자 하니 이 집은 아직 뚝배기를 달궈서 내지 않고 일반 플라스틱 그릇에 내기 때문에 계란을 손님상에 낼 때 넣거나 손님이 직접 깨 넣으면 자칫 비린내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 바다상가 맞은 편의 한 식당에서 콩나물 국밥을 먹었었는데 꽤 맛이 괜찮았다. 그리고 보산동 입구 로진장 맞은 편에 있는 식당에서 해물칼국수와 콩나물국밥을 같이 했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내가 콩나물국밥을 처음으로 먹게 된 것은 대학교에 다닐 때였다.


 


 복학을 하고 얼마 안돼서 한양대학교 대학원 쪽 후문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서였다. 원래 혼자 밥 먹기 좋아하고 또 책을 보면서 밥을 먹는 희한한 무공을 소유한 나로서는 그리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인문대학과 떨어진 이 식당의 위치가 맘에 들었고 이 식당에 꽂혀있는 서책들과 만화가 좋았고 또 이 콩나물국밥이라는 메뉴와 찬으로 나오는 계란찜이 좋았다. 물론 이 허름한 식당도 3, 4 년 후에 없어졌다. 현대란 어쩌면 많은 것이 사라져가는 시대와 동의어일 것이다.


 이후 콩나물국밥에 맛을 들인 덕에 콩나물을 좋아하게 됐다. 어릴 때는 별로 거들떠 보지도 않던 콩나물무침, 콩나물국(우리 김경자 권사님이 끓이는 맑은 콩나물국은 정말 일품이다.), 콩나물냉국 등속에 슉슉 숟가락 젓가락이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전국을 다니면서 콩나물국밥이 맛 있는 곳을 체크하기도 했다. 물론 콩나물국밥뿐 아니었지만. 지금도 콩나물국밥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중국산 콩나물과 한국산 콩나물은 국밥을 만들어보면 차이가 확 난다. 그 담백하고 사람 입맛을 확 끌어당기는 맛은 중국산이나 아니면 성장촉진제를 써서 쭉쭉빵빵하게 늘인 콩나물이 아니라 짜리몽땅한 한국산 콩나물이 으뜸인 것이다. 사람이나 음식이나 맛을 봐야 속을 안다.


 


 또 다른 해장음식으로는 뼈다귀 해장국이 있다.


 


 그런데 이 뼈다귀 해장국은 많이 체인점화 돼 있고 또 뼈다귀에 붙은 살점을 떼어 먹는 재미가 쏠쏠한 데다 맛도 좋은 음식이지만 해장국으로의 용도보다는 이제 독립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음식이 되었다. 내 견해가 그렇다. 아직도 그런 집이 있지만 뼈다귀해장국은 원래 사골과 등 뼈를 고고 고아서 국물을 낸 다음 등뼈와 또 그 옆에 붙은 갈비에 있는 고기를 발라 먹는 것인데, 해장국으로서의 효용도 좋고 꽤 맛도 좋은 음식이다.
 다만 요즘 프랜차이즈화되면서
 국물은 따로 레시피 대로 잔재주를 부려 내고 고기를 별스런 방법으로 처리해서 맛을 내는 요리법이 성행하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음식 고유의 맛을 고집스레 제대로 내는 음식과 음식점을 소개하기로 했고 또 체인점이나 프랜차이즈 점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내지 않기로 한 바에 의해 뼈다귀해장국에 대한 언급은 줄이고 기회가 되면 감자탕, 뼈다귀해장국을 논하기로 하자. 다만 아쉬울 뿐이고..


 


 각자마다 해장 음식에 대한 기호가 다를 테고 지역마다 해장음식의 모양이 다를 것이다. 재료도 그렇고 생성과정도 그렇다. 그러나 술과 음식을 대하는 풍류가 어찌 틀릴 것인가?


 


 강화도, 인천, 대부도, 남양, 당진, 안면도, 장항, 군산, 목포, 해남, 여수, 통영, 진해, 삼천포, 마산, 거제, 장기, 양산, 부산, 언양, 울산, 포항, 영해, 울진, 삼척, 강릉, 속초, 고성 등 서해, 남해, 동해의 각 고장에서는 해산물을 이용한 해장 음식이 발달했다.


 전복죽, 우럭대가리탕, 조개탕, 바지락 칼국수, 굴국, 대합탕, 백합조개샤브샤브, 낙지연포탕, 서더리매운탕, 미역국, 짱뚱어탕, 조기탕, 꽃게탕, 홍어탕, 마른우럭탕, 메생이국, 갯장어탕, 미더덕, 재첩국, 아구탕, 복국, 물회, 명태국, 황태국, 대구지리탕,..


 


 홍천, 춘천, 서울, 수원, 평양, 천안, 제천, 보은, 청주, 충주, 안동, 전주, 광주, 무주, 진안, 장수, 상주, 김천, 의성, 내륙에서는 민물고기와 날짐승, 길짐승, 채소류 등을 주제로 한 음식이 발달했다.


 선짓국, 설렁탕, 순대국, 갈비탕, 냉면, 막국수, 동치미국수, 김치말이, 닭곰탕, 도가니탕, 곰탕, 올갱이국, 콩나물국밥, 쑥국, 메기매운탕, 닭도리탕, 꿩탕, 은어다진국, 콧등치기, 보릿국, 육개장, 장터국수, .


 


 나는 전에 <냉면유감> 편에서 얘기한 대로 냉면육수와 메밀면, 그리고 냉면집에서 내주는 면수로 주로 해장을 한다. 또 위의 다른 집에도 자주 들른다. 그건 개인의 기호와 체질, 지역적 양상에 따른 것이다. 이 편에 들지 않은 동두천의 많은 해장국집들이 다 들지 못할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경험이 짧고 내 기호가 다른 뿐이다.


 


  수많은 음식과 음식점들이 잘 보존되고 보전되어 수 많은 주당대중들의 아침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길 바란다.


 


 동두천의 많은 주당열사들이 또한 제대로 맛을 뽑아내는 음식점을 가려 찾길 바란다.


 


 맛을 내는 집과 맛을 아는 미객, 주당, 식도락가들은 상부상조, 공생공영의 관계가 있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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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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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방님의 댓글

오현방 작성일

재미나게 읽고 있습니다.<br />
역시! 정수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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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수님의 댓글

신동수 작성일

정수구 님! 진정으로 존경합니다. <br />
당신의 지식은 살아있습니다. 당신의 문장은 힘이 넘칩니다. 당신의 열정은 끓어오릅니다.<br />
동두천 미각 별곡 (이담만유)이 몇편까지 이어질 지 궁금하지만,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출판하면 모든 주당과 미식가들의 필독서로서 걸작의 반열에 오르리라 확신합니다. -어기엿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