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대가(大家)들의 징크스와 공연전 긴장 풀기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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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교성
댓글 0건 조회 4,914회 작성일 09-10-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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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음악 대가(大家)들도 징크스 앞에선



조선
사설칼럼
일사일언
김주영·피아니스트




김주영·피아니스트


공연장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서슬 퍼런 안내문은 없다. 하지만 공연 직전이면 무대 뒤 연주자 대기실은 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게 마련이다. 연주가 다가올수록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초조함 속에서 갖가지 반응을 보인다. 종교에 의지해서 기도하는 사람, 초콜릿이나 바나나 등 '힘 나는' 음식을 입에 달고 있는 사람, 쉴 새 없이 손을 풀고 연습에 매진하는 사람, 옷매무새나 머리 모양을 손질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경우까지 정말 천차만별이다.

대가(大家)들이라고 무대의 긴장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호로비츠는 등을 떠밀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피아노 앞으로 나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정도로 공포심이 심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피아니스트 슈라 체르카스키는 연주 직전 옆 사람에게 자신의 뺨에 침을 뱉어달라는 부탁을 해서 주변을 당황케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성악가들의 습관도 흥미롭다. 파바로티는 오페라 세트 뒤에서 구부러진 못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고, 베냐미노 질리는 미리 받은 공연 개런티를 주머니 속에 두둑하게 채워넣고 노래했다고 하니 그들의 멋진 음성과 징크스의 상관관계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연주자들의 독특한 연습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다. 피아니스트 몇 명이 모여 암보(暗譜)로 연주하기 무척 까다로운 바흐의 푸가를 연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기상천외한 방법들도 등장했는데, 악보의 마지막 음부터 거슬러 올라가면서 연주하는 방법과 양손을 거꾸로 교차시켜 하는 연습, 심지어 피아노 의자를 치워버리고 쪼그려 앉아 연습하는 요령까지 나왔다. 너무 엉뚱해서 그 자리에서는 웃고 말았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에 대부분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내일은 나도 한번 그렇게 해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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