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눈물 / 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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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 눈물 / 정진규
소설가 이청준이 내게 들려운 이야기인데,
나긋나긋하고 맛있게 들려준 이야기인데,
듣기에 따라서는 아주 슬픈 이야기인데,
그의 입술에는 끝까지 미소가 떠나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 깊이 내 가슴을 적셨던 아흔 살 어머니
그의 어머니의 기억력에 대한 것이었는데,
요즈음 말로 하자면 알츠 하이머에 대한 것이었는데,
지난 설날
고향으로 찾아 뵈었더니
아들인 자신의 이름도 까맣게 잊은채
손님 오셨구마
우리 집엔 빈 방도 많으니께 편히 쉬었다 가시요 잉
하시더라는 것이었는데,
눈물이 나더라는것이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책을 나무라 하고
이불을 멍석이라 하는가 하면,
강아지를 송아지라고,
큰며느님 더러는 아주머니 아주머니라고
부르시더라는 것이었는데,
아, 주로 사물들의 이름에서
그만 한없이 자유로워져 있으셨다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사물들의 이름과 이름 사이에서는
아직 빈틈 같은 것이
행간이 남아 있는 느낌이 들더라는 것이었는데,
다시 살펴보니 이르테면
배가 고프다든지
춥다든지
졸립다든지
목이 마르다든지
가렵다든지
뜨겁다든지
쓰다든지
그런 몸의 말들은 아주 정확하게 쓰시더라는 것이었는데,
아, 몸이 필요로 하는 말들에 이르러서는
아직도 정확하게 갇혀 있으시더라는 것이었는데,
몸에는 몸으로 갇혀 있으시더라는 것이었는데,
거기에는 어떤 빈틈도 행간도 없는
완벽한 감옥이 있더라는 것이었는데,
그건 우리의 몸이 빚어내는 눈물처럼 완벽한 것이어서
눈물이 나더라는 것이었는데,
그리곤 꼬박꼬박 조으시다가
아랫목에 조그맣게 웅크려 잠드신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자궁 子宮 속 태아의 모습이셨더라는 것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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