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회 연주회 곡목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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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파일을 드래그해서 글을 올리니 이상하게 되는군요
파일을 첨부합니다.
이번에도 해설이 늦어 죄송합니다.
항상 우리 합창단의 곡목해설은 제가 작업하는 글 중 가장 어렵습니다.
먼저 우리 합창단원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돼야 하고 같이 부른 분들과 궤를 같이 해야 하고 지휘자님의 해석에 충실해야 합니다.
작곡가들과 평론가들의 엄격함에도 맞추어야 합니다. 특히 작곡가의 곡을 그들의 의도와는 다른 각도로 해석하게 된다면 그 근거가 충분해야 합니다.
청중들에게는 쉽고도 친근한 가이드가 돼야 합니다. 쉽게 쓴다고 썼는데 현학적인 글이 된 것같아 부끄럽습니다.
부족한 점은 질타...하지 마시고 그냥 넘어가 주십시오. ㅜㅜ
혹 오타가 있거나 하는 부분은 바로잡아 주시고요
해석에서 좀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도 있겠다 싶어 인터넷에 떠도는 다른 분들의 해석을 보았는데 워낙 주관적이라 저도 의역을 많이 하고 때로 단어 하나 둘 정도는 넘어갔습니다.
멀리서 애기들 두 마리 키우고 사느라 연습에도 자주 나오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드립니다. 합창에 누가 안 되게 열심히 개인적으로 연습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럼 저녁에 뵙겠습니다
Missa Brevis(Wolfgang Amadeus Mozart)
이 곡의 정확한 명칭은 "Organ Solo Mass(Missa Brevis in C, K.259)"이다.
‘Missa Brevis’ 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모짜르트의 미사곡은 모두 8곡 (K49, K65, K192, K194, K220, K258, K259, K275 등) 이며 이는 모두 그의 음악 인생 전반기에 해당하는, 고향인 오스트리아 잘쯔부르크 체재 시절에 작곡된 것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당대 그의 기악곡은 별 다른 대중적 인지도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미사곡은 오스트리아 지역의 성당 등지에서 수백 수천의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명성을 날릴 수 있었다. 또 지루한 음악을 싫어하는 대중의 성향을 고려하여 될 수 있는 한 간결한 예배음악을 통하여 예배의 분위기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는 그의 의도가 합쳐져 탄생한 것이 그이 MIssa Brevis 작품군作品群이다 실제 그의 미사곡들을 통하여 그의 명성과 진가가 대중들에게 각인되었고 그의 미사곡들은 고향 잘쯔부르크뿐 아니라 다른 오스트리아 전 지역에서 연주되었다.
보통 작은 미사, 간결한 미사 등으로 번역되는 Missa Brevis는 가사의 반복을 피하고 악보 기보 방식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꾀하고 있다,
1. Kyrie(주여)
주여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그리스도여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전례용 미사의 다른 모든 곡이 라틴어지만 특별히 Kyrie 만은 그리스어(Κύριε ἐλέησον)를 그대로 옮겨 같은 발음의 로마 알파벳으로 옮긴 것이다. 처음 가사인 Kyrie eleison을 세 번 반복하는 것은 삼위일체의 교리에 의한 것이다. 전주 포함 29마디의 이 곡은 중간에 독창이 있고 제시부의 반복과 재현, 그리고 변화가 다채롭게 느껴져 간결하지만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
2. Gloria(영광)
높은 곳에 계시는 주께 영광. 땅에는 착한 사람들에게 평화 있을지라.
당신을 찬양하나이다. 당신을 축복하나이다. 당신을 경배하나이다.
영광 돌려 드리나이다. 주님의 크신 영광에 감사하나이다.
주 하나님, 하늘의 임금, 전능의 아버지, 주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
주 하나님, 주의 어린양, 세상 죄를 지신 주님의 아들이여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하나님 오른편에 앉으신 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 홀로 거룩하시고 당신만이 주님이시여 당신 홀로 지고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아버지의 영광 안에서 성령이 함께하시나이다. 아멘
작곡가의 나중 작품인 <대관식 미사>의 Gloria에서 볼 수 있는 3/4박자의 빠른 전개가 바람 가듯 펼쳐진다. 그 가운데 단어와 문장의 분위기에 다라 강약과 화성이 달라지고 솔로와 합창이 수시로 교대하면서 듣는 이들이 신의 영광에서 한눈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자성磁性을 지닌 곡이다.
3. Credo(사도신경)
Credo란 ‘나는 믿는다’는 뜻으로 미사에서는 사도신경을 그대로 옮긴 음악을 말한다.
모차르트는 Missa Brevis라는 제목에 걸맞게 통상 미사곡의 가사 앞부분인 Credo in Unum Deum을 과감히 생략하고 “전능의 아버지(Patrem omnipotentem)"로 곧장 들어간다. 모짜르트는 죽음, 죄 사함, 고난 등의 단어는 피아노로 처리하고 부활의 기대, 거룩한 교회, 영생, 십자가 등의 단어들은 포르테로 처리하여 단어 하나하나가 힘과 생명과 의미를 갖도록 하였다.
4. Sanctus(거룩)
거룩, 거룩, 거룩하시도다. 만군의 주 하나님.
하늘과 땅에 편만한 그 영광, 높은 곳에 계신 주께 호산나.”
“거룩하시다(Sanctus)”를 세 번 외쳐 역시 삼위일체의 지엄함을 드러내는 도입을 가졌지만 상투적이지 않은 것이, 각 Sanctus에 해당하는 길이의 비가 6: 3: 2의 수학적 비례를 가지고 있어 이채롭다. 또한 “만군의 주 하나님 (Domine Deus Sabaoth)"을 외치고 이내 달려가듯 2/2박자로 변모한 곡은 숨 가쁘게 ”높은 곳에 계신 주께 호산나(Hosanna in excelsis)"를 외치고 급박하게 끝낸다. 실로 짧은 Sanctus지만, 순간과 찰라에도 임재하는 신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곡이라 할 수 있다.
5. Benedictus(축복)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에게 축복 있을 지어다
높은 곳에 계신 주께 호산나
리듬과 선율에 대한 모차르트의 고민이 엿보이는 곡이다. 3/4박자의 한 마디를 어떠한 최소 단위로 분할할 것인지 잘 구획돼 있다. 합창의 선율이 단순하고나 쉼표가 있는 때는 반주에서 세잇단음표를 사용하여 단순함을 커버하였고 솔로 부분에서 멜리스마(하나의 모음을 여러 음표를 이용하여 연결하는 것)가 나올 때면 반주를 최소화하여 솔로가 잘 들리도록 배려하였다. 원래는 이 곡에 오르간 솔로가 있어서 이곡이 “오르간 미사”라는 명칭이 붙었다.
6. Agnus Dei(신의 어린양)
세상 죄를 지신 주의 어린 양이여, 우리를 긍휼히 여기소서.
세상 죄를 지신 주의 어린 양이여, 우리에게 평화 주소서.
매우 느린 Adagio의 세계 속에서 느긋하게 시작되는 전주와 솔로의 도입부는 마치 오페라의 감미로운 아리아를 듣는 듯하다. 여기서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나타나는 치명적인 선율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강약을 급하게 대비시키거나 fp(박자의 첫 머리만 세게 시작하고 바로 작아지는 것)를 요구하는 모차르트의 솜씨는 Adagio가 지배하는 영역이 끝나고 Allegro(빠르게)가 지배하는 곳에서도 여전하다. 한 곡 안에서 볼 수 있는 다채로움과 변화가 조화의 틀 속에서 발효되고 있다. 또한 반주부에서도 고음의 선율이 유려하게 흐르는 데 반해 저음부는 피치카토(현악기를 활로 긋지 않고 손가락으로 퉁겨서 연주하는 기법)롤 연주하는 바로크적 양식을 보이고 있어서 이 곡이 초연된 당시 오스트리아의 음악적 전통을 볼 수 있다.
주님 지신 십자가(윤지선 작곡)
음악의 묘미 중 하나는 반복과 변화다. 이 곡은 그 중 반복의 묘미를 일깨워준다. ‘미’와 ‘파’ 이 단 2도 음정의 두 계명이 반음으로 인접하여 묘한 긴장감을 일으키는 것에 주목하여 이 두 음을 주재료로 주 멜로디를 만들었고 이 긴장감이 고통스런 감정의 고백을 통해 확대 재편되면서 변화와 수렴을 거듭한다. 마치 모차르트가 단2도의 음정을 가지고 반복하며 40번 교향곡 1악장을 만들었듯이.
예수가 진 십자가는 고통과 슬픔이지만 그 고통을 통해 인류, 그리고 내가 기쁜 구원을 받는다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값없이 은혜로 주어졌다는 데 신자의 더 없는 기쁨이 되는 것이다. 작곡가는 교회음악과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반주자로도 활동한 경험을 살려 합창을 뒷받침하는 반주에서 단순하면서도 감동적인 그림을 경제적으로 그리는 데도 성공하였다.
주는 나의 친구(우효원 작곡)
한국의 성가곡은 현재 우수한 젊은 작곡가들에 의해 그 외연이 넓혀지고 있다. 이 곡은 그러한 외연의 확장으로 보인다.
가사를 빼고 이 곡을 듣는다면 아마도 미국의 재즈 초창기에 나타난 Rag Time 스타일의 밝고 경쾌한 곡을 연상할 수 있다. 마치 영화 “스팅”에 삽입된 “The Entertainer"와 같은 경쾌함이랄까? Rag Time 스타일의 곡들은 왼손으로는 주로 2/2박자의 빠른 리듬을 연주하는데, 오른손은 싱커페이션을 많이 써서 어긋난 리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블루스의 영향으로 특정한 부분에서 반음이 내려가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음악적 분위기 속에서 작곡가는 어디든 주가 이끄는 대로 가겠다는 확신에 찬 신앙의 고백을 하고 있다.
경쾌한 빠른 리듬사이에서 힘을 잃지 않고 있는 멜로디, 크레센도(점점 세게)와 데크레센도(점점 여리게)로 연주되는 긴 박자, 누르듯이 때로 튕기듯이 연주하는 싱커페이션을 어지럼지 않을 정도로 다채롭게 망라한 작곡가의 재주는 연주자와 청중 공히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요소다.
은혜 위에 은혜(전지나 작곡)
가사의 극진함이 종교적 감동을 더해준다.
‘은혜 위에 은혜’는 어떤 은혜일까? 나는 연약한 존재인데, 그래서 기도하고 매달려야 하는 존재인지라 오히려 감사하게 된다. 가난하고 상처 난고 눈물 나는 나는 그래서 더욱 은혜를 깨달을 수 있는 존재라서 오히려 축복이다. 그래서 일반화된 은혜가 아닌 정말 특별히 감사하는 은혜가 되었다. 극진한 가사만큼 시작과 전개도 마치 두 손 모으고 있는 사람을 생각나게 할 만큼 겸손하고 가식이 없다. 그리고 진솔하게 내가 경험하는 ‘은혜 위에 은혜’를 세어본다. 그리고 그 겸손은 음악적인 필연처럼 숭고한 흥분이 된다. 한 마디를 3:3:2의 형태로 이합離合하고 집산集散하여 곡의 밋밋함을 탈출하는가 싶더니 이내 벅찬 감동으로 두터워진 멜로디가 재현된다. 신앙 고백에 따라 감정의 선이 유려하게 그려지고 무리 없는 반주와 설득력 있는 조옮김에 의해 감정의 폭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반복한다. 마침내 더 깊이 손 모으는 자세로 되돌아가 이 은혜가 날아갈까, 꺼질까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곡의 종지부를 찍는다.
주 달려 죽은 십자가(조성은 작, 편곡)
“주 달려 죽은 십자가”라는 찬송가 곡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새로운 선율을 붙인 곡이다. 본 찬송가는 이미 심자가 사건이 끝난 후의 시간에서 시작하는 감정의 고백이다. 작곡가는 그래서 이 곡의 전주부 8마디를 느린 rubato(연주자 임의로 특정 부분을 길게 늘이거나 미묘하게 변화시켜 연주하는 기법 또는 그런 연주를 지시하는 말)로 십자가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중세 성가의 선법 또는 오페라의 Recitatove(서창: 노랫말의 강세에 따라 음율을 말하듯이 하여 부르는 등의 방법), 또는 한국적인 단조 선율처럼 보이는 멜로디를 노래의 처음에 배치하여 속됨을 덜어내고 신비감을 조성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선율은 조금씩 상행하면서 감정이 고조된다. 이 고조감은 개별 파트가 ‘주 십자가’라는 말을 신음처럼 읊조리는 데까지 진행한다. 곧 빨라지고 긴박한 느낌을 주며 삽입된 영상처럼 십자가 사건을 연상하면서 극도의 감정이 되고 급기야 불편한 지경에 이르러 예수를 비방하는 무리들과 따르는 무리들의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한다, 마치 연극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이 개별적 독백과 방백을 쏟아내는 듯하다. 그러나 곡은 “주 달려 죽은 십자가” 원곡을 단조로 바꾸어 표현하면서 다시 십자가 사건 이후로 돌아오는데 이것이 잘 편집된 영화처럼 시간을 교묘히 오간다. 그러므로 십자가 사건이 과거의 사건이 아닌 현재 나의 사건이 되었다.
Vita Mia (Amedeo Minghi 작곡, 신동수 편곡)
내 인생, 나의 운명
내 인생, 고통과 기쁨 속에서 태양 아래와 비속에서도 그것들을 분간치 못했었네
나는 단지 야망으로 버무려진 인간
하지만 이제는 분간할 수 있겠지
내 인생, 얼마나 많은 긴장 속에 살아 왔던가
그러나 이제, 난 인생의 매 순간 무엇이 내 운명에 닥치더라도 떨지 않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조차 존중해 가며
내 인생, 나의 운명....
이탈리아의 가장 권위 있는 가요제인 산레모 가요제에서 1973년 데뷔하여 지금껏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자 싱어 송 라이터인 Amedeo Minghidml 칸초네를 코리아 남성합창단 단원인 작곡가 신동수가 합창으로 편곡하였다.
이 곡은 많은 가수들이 크로스오버 앨범을 낼 때 리메이크되면서 사랑을 받아온 곡이다.
왠지 음악적 본질을 얘기해 주는 것 같은 이탈리아어 가사와 스탠다드 팝처럼 고풍스런 스타일의 음률을 흐르는 영어 가사가 서로를 북돋아주면서 구르고 상한 구석 없는 음악으로 진중하게 인생을 얘기하고 있다. 두 언어의 어감이 동시에 휘감기면서 독특한 방식으로 용기를 주는 인생의 노래이다. 제목도 그러하다.
걱정말아요 그대(전인권 작사 작곡/류정식 편곡)
그대여 아무 걱정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세상 가난하고 낙천적인 시인이 소주 한 잔 하며 친구를 위로하는 분위기다.
이 곡은 포크 록으로 한 세대를 풍미한 전인권이 2004년 <전인권과 안 싸우는 사람들>의 앨범에 실었고 2013년에 다시 자신이 속한 들국화에서 리메이크한 곡이다. 특히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 OST에 실려 다시 유명세를 탄 곡이기도 하다. 1988년 당시에 이 곡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으나 가사에 실린 낙천적인 표정과 음악에 실린 서정성이 마치 아련한 과거 앨범사진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데는 그만이었다. 툭툭 던지고 뚝뚝 끊어대기도 하고 ‘그대’가 마치 ‘나 자신’이 아닐까 싶은 것처럼 독백하는 분위기의 음악은 수은등 켜진 오래된 골목, 삼십 촉 백열등이 조촐한 목로주점, 최루탄 매캐했던 80년대 대학가 을씨년스런 풍경 속에 핀 봄꽃 등을 떠올리게 한다. 음악이란 과거를 불러오게 하는 최고의 초혼사招魂師이다.
Bravo, My Life(김종진 작사 작곡)
힘들고 어려운 세상, 자신에게 향한 이런 격려 없이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실패하고 넘어지고 후회가 있어도 나를 보듬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를 준 노래가 바로 이 <Bravo, My Life>다.
이 곡은 남성 듀오 <봄여름가을겨울>의 2002냔 7집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1986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시작한 이 밴드는 구성원인 유재하와 김현식의 사후 1988년 다시 김종진, 전태관의 남성 듀오 <봄여름가을겨울>로 활동을 시작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단순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포크록인 이 곡은 가식 없이 제3자화한 나에게 신뢰와 용기를 던져주면서 나를 응원한다.
시대가 암울하다. 부모보다 자녀들이 더 못살게 되고, 물고 태어난 수저의 질에 따라 인생의 질과 희망의 색깔이 결정되고,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고, 주체와 실존은 욕망과 권력에 의해 왜곡되는 세상이라 한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하여도 이런 음악을 듣고 힘을 얻는 영혼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Bravo, people of Korea!
막 핀 꽃처럼(강제규, 똘아이 박, 신또 작사/이동준 작곡)
“막핀 꽃”이란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가 가을에 다시 꽃을 피우는(re-florenscene) 드문 현상이다. 이 곡이 삽입된 영화 <장수상회>에서는 이 막핀 꽃처럼 노년에 찾아온 사랑을 그리고 있다. 사랑에 서튼 70대 노년과 이를 응원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흐뭇하고 슬프게 시선을 잡는다. 감독인 강제규가 직접 작사에 참여하여 화제가 됐던 이 곡은 영화음악가 이동준의 작곡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이 음악으로 묘사됐다.
영화음악감독 이동준은 <쉬리>, <은행나무 침대>, <마이웨이>, <태극기 휘날리며> 등 강제규 감독의 작품을 비롯하여 많은 영화음악을 작곡하였다. 그의 음악은 웅대하고 장중한 오케스트라 음악을 구사하지만 동시에 서정성을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영화 속 감정의 진폭을 관객과 같이 호흡하고 그 호흡을 반 발짝 앞에서 유도해 내는 솜씨가 있다.
이 곡도 처음 도입부는 각 가사가 한 박자씩 천천히 진행되지만 각 음절이 무언가 보이지 않는 끈에 의해 연결된 듯한 뿌듯한 긴장감에 싸여 연주자가 자연스럽게 legato(음과 음을 이어서 연주하는 것)로 연주할 듯하다, 특히 “사랑해, 사랑해...”라고 읊는 부분의 유연한 리듬감은 가히 애틋하다. 45도로 누운 오후 햇살이 문간에 꽃 들고 선 황혼 녘 연인을 역광으로 비춰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To Find My Way(이동준 작곡)
태양 아래 사랑으로 함께했던 날들
모든 것을 함께 했던 그날들을 기억하며 세상의 풍파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어
이제 행복했던 그날들은 가고 우리들은 서로 헤어져
고통 속에 떨어져 서로의 길을 찾기 위해 밤낮없이 바쁘게 보냈고
더욱 멀어지기만 할 뿐
나의 길을 찾기 위해 나는 기억을 더듬을 거야
네 목소리를 듣고 네 고통을 이해하고 네 얼굴을 보면
내 잃어버린 인생을 찾을 수 있을까
네가 힘든 삶을 살며 신념의 숨을 쉬며 생을 다툴 때
운명은 네 순결을 갉아 먹었지
너는 네 인생을 희망의 빛으로 내놓았어
난 죽는 날까지 어떤 고통 속에서도 너를 간직하고 살거야
우린 서로의 길을 찾기 위해 밤낮없이 바쁘게 보냈지만 더욱 멀어져
나의 길을 찾기 위해 나는 기억을 더듬을 거야
네 목소리를 듣고 네 고통을 이해하고 네 얼굴을 보면
내 잃어버린 인생을 찾을 수 있을까
산맥을 지나 바다를 건너서라도 네게 갈 수 있다면
너의 마음을 알 수 있고, 너를 단 한번만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나는 너에게 다가갈 수 있을텐데
나의 길을 찾기 위해 나는 기억을 더듬을 거야
네 목소리를 듣고 네 고통을 이해하고 네 얼굴을 보기 위해서
너를 볼 수있다면 나는 나의 길을 찾을 수 있어, 나는 나의 길을 찾을 수 있어.
나의 길은 바로 너
독일 군복을 입은 동양인의 사진이 미국에서 발견됐다. 그는 조선인으로 확인됐고 한국, 만주, 중국, 몽골, 소련, 그리고 프랑스의 노르망디까지 유라시아를 가로질러 비극적 전쟁의 심장을 전전했던 그의 인생이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강제규 감독의 영화 <My Way>는 이러한 관심에서 시작하였다. 1938년 경성에서 시작된, 마라토너를 꿈꾸는 조선인과 일본인 청년 둘은 라이벌에서 지배민족과 피지배민족으로, 전장의 적으로, 그리고 머나먼 땅에서 의지와 상관 없이 독일 군복에 속한 전우로 운명적 만남을 거듭한다, 한국 영화사 상 드문 스케일의 스토리라인과 제작규모에 맞게 장려한 OST가 인상적이었고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안드레아 보첼리도 이동준 음악감독의 OST 작업에 참여하였다. 바로 이 곡 <To Find My Way>에 거대한 스토리텔링이 집약된 것이다. 장중하고 유려한 멜로디는 차분한 상행과 하행을 하면서 이 스토리에 보답한다.
Dreams(이동준 작곡)
잠에서 깰 때 멀리서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새로운 날들을 위한 희망에 빛나 하나 되어 살자는 내 마음 속 소리
나를 따라 물가로 오세요 나의 손을 잡아요
우리가 잃어버린 꿈의 세계로 갈 테니
더 나은 곳을 꿈꾸고 우리의 갈 길을 찾을 것이라 믿어 봐요
어두움을 지나 우리를 인도할 별을 보세요
따사로운 햇빛이 당신의 얼굴을 어루만질 더 밝은 날들로 돌아가세요
나를 따라 오세요
꿈을 믿으면 우리는 자유로울 겁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이제 과거를 치유하고 하나로 살아야 합니다
나를 따라 물가로 오세요 나의 손을 잡아요
우리가 잃어버린 꿈의 세계로 갈 테니
더 나은 곳을 꿈꾸고 우리의 갈 길을 찾을 것이라 믿어 봐요
어두움을 지나 우리를 인도할 별을 보세요
따사로운 햇빛이 당신의 얼굴을 어루만질 더 밝은 날들로 돌아가세요
나를 따라 오세요
꿈을 믿으면 우리는 자유로울 겁니다
강물은 흘러 흘러 바다로 가고 당신을 감싸 희망으로 인도할 거예요
나를 따라 물가로 가요 나의 손을 잡아주세요
꿈을 믿으면 우리는 자유로울 겁니다
2004년 개봉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한 형제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영화이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던 형제가 동시에 징집되고 형은 공을 세우면 동생을 제대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전투의 최일선에 나가면서 전쟁영웅이 되지만 점차 전쟁의 광기에 휩싸일 뿐이다. 그리고 동생은 형의 모습을 보면서 갈등과 증오를 느낀다…
전쟁이 끝나고도 수 십 년, 팔십이 넘은 동생은 형의 유해가 발견된 곳에서 흐느낀다.
영화는 전쟁으로 인해 무너진 가족 공동체를 그리며 진정 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전쟁의 참상을 통해 설익은 전쟁불사론을 경계하였다. 본 곡은 이러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삽입된 곡이다.
비극적인 민족의 아픔을 나타낸 영화지만 음악은 유장하게 아름답다. 그래서 더욱 아프게 슬프다. 아일랜드 민요, 아니, 어느 조촐하고 정겨운 나라의 민요와도 같은 음률이 사람의 마음 속 원형질로 숨어 있는 향수를 파헤치고 면면 이어지는 강줄기처럼 나아간다, 이동준의 선율은 그렇게 고통과 아픔도 아름답게 품고 가는 강물이 되어 스크린에서 나와 청중을 적시고 영사기 너머 사라진다. 관객의 가슴은 허허로운 수로水路가 될 뿐이다.
찬조곡
신아리랑(김동진 작곡)
작곡가 김동진은 <가고파>, <봄이 오면>을 20살 이전에 작곡한 한국 서양 음악 사상 걸출한 작곡가이며 그가 작곡한 가곡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대표적 가곡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는 만년에 판소리와 서양발성을 접목시킨 신창악新唱樂운동을 주도하여 한국 가곡의 단순한 형식, 감상성感傷性, 선율과 가사의 불완전한 언어적 결합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이 <신아리랑>은 그러한 시도가 경기아리랑을 바탕으로 <명태>, <조국찬가>를 작사한 시인 양명문의 시에 부쳐 탄생한 곡이다. <아리랑>의 원곡은 살리되 단순성을 극복하고 현대적 예술성을 입힌 이 곡은 소박해 보이긴 해도 한국 전통음악의 향기와 서양 발성을 모두 마스터하여야 부를 수 있는 난곡이기도 하다.
I could have dance all night
(밤새도록 춤 출 수 있다면, Frederik Loewe 작곡)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을 기초로 하여 쓰여진 앨런 제이 러너의 희곡으로 1962년 발표된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에 있는 곡이다.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로 유명해진 뮤지컬이다.
런던의 한 극장 앞에서 천박한 말투로 꽃을 팔고 있는 일라이저를 본 언어학자 히긴스 교수와 피거링 대령이 이 여인이 히긴스 교수의 교육을 통해 우아한 여성으로 바뀔 수 있는지 내기를 한다. 히긴스 교수는 그녀를 교육시켜 여왕이 참석하는 무도회에 일라이자를 데리고 간다. 이 무도회에서 그녀는 다른 어떤 여인들 보다 아름답고 세련된 완벽한 숙녀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라이저는 자신을 두고 히긴스와 피거링이 내기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 곡은 주인공이 발음을 고치고 기뻐서 소리 지르며 환호하는 장면에 삽입된 곡이다. 소녀에서 숙녀가 되어가는 여성의 호기심 어린 마음을 잘 묘사한 곡이다.
小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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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C(총무)님의 댓글
KMC(총무) 작성일수작이로다. 수작이로다.<br />글씨로 보면 용사비등이요 평사낙안이로다.<br /><br />몇날 며칠을 진력하여 써준 글을 프로그램에 잘 싣겠네.<br />우리 합창단 정기연주회 중에 또다른 볼거리, 읽을거리.
정수구님의 댓글
정수구 작성일오타가 좀 보이고 문장이 겹친 곳이 있네요 수정하겠습니다 ㅠㅠ
정수구님의 댓글
정수구 작성일수정했습니다 파일도 수정해 올렸습니다 어젯밤 새면서 마무리한 것이라 좀.... 헤롱...
펭귄님의 댓글
펭귄 작성일대단하십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