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린 아코디언 연주자의 조선일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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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교성
댓글 0건 조회 3,080회 작성일 12-03-1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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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풍금이 제겐 조국" 탈북 목란언니가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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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선 기자title_author_arrow_up.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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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olet@chosun.com



입력 : 2012.03.15 03:03


[연극 '목란언니' 실제 주인공 채수린씨, 극중 아코디언 연주]
1999년 밀수 얽혀 국경넘었다 - 새터민 연주자로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쓸데없는 연락뿐… 사람무서워 자살시도 여러번
남한선 인격조차 내가 찾았다 - 말한마디라도 밝게 해주세요





"탈북자들 다 너처럼 그래? 사회주의에서 왔다면서 뭔 돈을 그렇게 밝혀!" 배우의 대사에 객석에서 와르르 웃음이 쏟아진다. 무대 구석에서 한 사람만 속으로 운다. 연극 '목란언니'의 아코디언 연주를 맡은 채수린(51). 그녀가 이 연극의 실제 주인공이다. "사회주의에서 온 사람도 재물에 마음이 움직여요. 나쁜 짓도 하고, 착한 짓도 해요. 남한 사람도 그렇지 않나요? 그저 똑같은 사람으로 봐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목란언니'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탈북한 아코디언 연주자가 부모가 보고파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14일 공연장인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채 씨는"북한을 떠난 사람도 많고,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탈북자의 강제 북송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이념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대두됐다가 금세 잊히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데 이념만 있고 '민(民)'이 없어요. 생명을 살려야 국가도 바로 서는 것 아니겠습니까."









icon_img_caption.jpg 공연 중 주인공 조목란(오른쪽·정운선 역)이 어릴 적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그는 '웰컴 투 동막골'(2005) 등 영화 20여편, 연극 20여편, TV드라마 10여편 등 대중 매체의 북한말 감수 전문가다. '목란언니' 이야기는 극작가 김은성(35)과 대화를 나누다 나왔다. "누나, 솔직히 북한 가고 싶은 생각 없어?"라는 김 작가의 질문에 이야기가 터지기 시작했다. "왜 없겠어요. 김대중 대통령 당시 김포공항에 북한 민항기가 들어와 있다고 해서 부천 집에서 김포까지 매일 찾아가 공항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했어요,"

그가 넘어온 것은 1999년. 자신도 모르게 밀수품 중개에 얽히게 됐다. '내가 피해야 가족을 구하겠다' 싶어서 다 두고 넘어왔다. 아버지는 과학자였고 어머니는 바순 연주자였다. 어릴 때부터 악기를 다뤄 10대에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가 참관하는 대음악회에 아코디언 연주자로 서기도 했다. 16살 때 "이제 군인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어머니의 권유에 군에 입대했다. 만 14년을 복무했다. 군에서 장교 양성코스 의탁학생으로 선발돼 평양예술대학 손풍금과를 졸업했다.

"빚이라는 게 뭔지 남한에서 알았어요. 탈북자 인권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남한 오니 인권은 차치하고, 인격조차 제가 찾아야 생기더군요. 무조건 무식한 사람 취급하고 공평한 임금을 안 줬죠." 옷 안 사고 버스 안 타고 걸어다녀 모은 수천만원을 몽땅 사기당하기도 했다. 정착금을 받아 제일 먼저 샀던 것이 손풍금이었다. "이 손풍금이 제겐 14㎏짜리 조국입니다. 손풍금 소리가 고향의 소리이고, 부모님 소리, 남편과 자식의 소리에요. 손풍금을 매고 서면 어느 땅이든 그곳이 제 고향이죠."








icon_img_caption.jpg 본인의 사연을 바탕으로 제작된 연극‘목란언니’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채수린씨. 그녀는“14㎏짜리 손풍금이 고향이고 조국”이라고 말했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2000년대 중반부터 '새터민 아코디언 연주자'로 조금씩 알려지면서 언론도 탔다. 여기저기서 "도와주겠다"며 전화가 빗발쳤다.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만나러 갔더니 "미팅하자"는 아저씨들이 앉아있거나,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을 뿐"이라며 돌아섰다. 전화번호를 바꾸고. 집도 옮겼다. "따뜻할 수 없으면, 불쌍해 하지라도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한동안 제일 무서운 게 사람이었다. 우울증으로 6개월 동안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가스 틀고 문을 꽁꽁 닫고 죽으려고도 해봤다. 야속하게도 베란다 쪽문이 열려 있었다. 수면제도 한꺼번에 먹어봤다. 사나흘 만에 깨어났다. "일어나 보니 제가 방에다 똥도 싸고 오줌도 싸놨어요. 그게 생명이더군요.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아야지. 그 후론 죽을 힘을 모아서 살아요."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실용음악을 강의하는 그는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 후속인 '더 킹 투 하츠' 북한말 감수도 맡았다. "남한에서 고통도 겪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났기에 지금까지 왔어요. 국가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부부 간의 마음 통일도 혀끝에 있지 않습니까. 탈북자에게 말 한마디라도 밝게 해주시면 큰 힘이 될 거예요."

▲'목란언니' 두산아트센터, 4월 7일까지, (02)708-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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