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음식여행] 동남아의 해장국, 빠꾸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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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우모
댓글 1건 조회 3,450회 작성일 12-05-2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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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북엇국, 고춧가루 팍팍 넣은 콩나물 국, 맑은 복어국, 얼큰한 김치찌개...


전달 과음한 주당들이 속 쓰린 아침 속을 달래는 음식들이다.


그러다가 언젠가 한 번은, 우리나라 사람만 술을 먹는 것은 아닐 텐데 그럼 다른 나라 사람들은 도대체 뭐로 해장을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설마 미국, 독일, 이탈리아인들이 햄버거나 소시지, 치즈 듬뿍 토핑 한 피자로 해장을 하지는 않겠지, 라고 궁금증을 키웠던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역시, 각각의 나라는 각각의 나라대로 해장의 방법이 있다고 한다. 이라크 사람들은 해장용 염소머리를 먹는다고 하고, 북유럽에서는 청어를 , 중국은 칡차를, 일본은 감과 매실을 절인 우매보시로 속을 달랜다고 한다.


나중에 요것들을 연재기사로 다뤄보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말레이시아에서 몇 년을 살다 온 기자 한 명이, " 말레이시아의 최고 해장국은 역시 빠꾸떼지요. 아주 죽여줘요." 라고 했을 때, 처음 들은 생각은, '거참 이름도 교묘하다. 숙취를 빠꾸시킨다고 빠꾸떼인거야?'라는 삼류개그스런 상상.


그런데 얼마 전 말레이시아 출장을 갔을 때, 그 빠꾸떼를 직접 시식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2편의 기약없는 세계의 해장국 시리즈 1편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같이 드셔보자.


빠꾸떼(bahkuteh). 한자로 쓰면 肉骨茶가 된다. '한방돼지찜탕' 정도라면 단 방에 이 음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태국과 싱가포르에도 빠꾸떼가 있고 우리나라 태릉 쪽에도 빠꾸떼 집이 있다고 하는데, 역시 말레이시아가 이 음식의 큰 형님이다. 그것도 클랑Klang이라는 지역 빠꾸떼를 가장 알아준다. 쿠알라룸푸르나 코타키나발루 등 유명한 관광도시에서도 빠꾸떼 집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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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 부킷빈땅의 유명한 빠꾸떼집

주지하다시피 말레이시아의 약 1/4은 중국인들이다. 그리고 이 음식은 중국인들이 창작해낸 작품이다. 주석광산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보양식으로 먹었다는 것에서 유래를 찾는다. 한국의 노무자들이 먼지투성이 폐를 씻어주기 위해 삼겹살을 즐겼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빠꾸떼의 유래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리고 이 음식은 우리의 자장면이 그러하듯, 중국본토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말레이시아의 음식이 되었다.


빠꾸떼는 한방으로 국물을 진하게 낸 후, 돼지고기 살코기와 곱창, 족발, 꼬리, 갈비 등의 내장 부위를 함께 끓여서 만든 음식이다. 이 음식의 묘미는 한약재가 상징하는 보양의 의미와 함께, 누구나 인정하듯 동남아의 맛좋은 돼지고기 맛, 그리고 중독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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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과 살코기가 우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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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나오면 육류를 안에 넣는다


음식을 가리는 사람이라면 냄새 자체에서 슬쩍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국물이 거의 간장처럼 느껴질 만큼 진하다. 그 향자체가 돼지고기의 비린 맛을 완전히 없애준다. 고기는 단언컨테 한국의 그것보다 더 맛이 있다. 육질은 쫄깃하고 고소하며 부드럽다. 더운 나라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밥과 함께 먹는 이 탕 요리는,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이 그 맛을 잊지 못해 빠꾸테 맛집 순례를 할 정도의 마니아를 만들어낸다. 특히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한국교민에게, 이 음식은 그나마 한국의 감자탕이나 갈비탕 등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변형에 있어서는 한국인도 가히 천재적이다. 태국의 수끼집에 가면, 한국인 단골들에게는 죽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기름장과 파를 주듯이, 빠꾸떼집에서도 한국인들은 마늘 다진 것과 매운 고추를 따로 주문한다. 그 재료를 아낌없이 빠꾸떼에 넣은 후 " 어허 시원하다"를 연발하며 빠꾸떼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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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과 파를 사정없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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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한국인 표 빠꾸떼 완성


유부 등 야채도 함께 들어가 있으며 국물에 찍어먹는 중국식 튀김빵도 함께 나온다. 가격은 4-5링깃. 한국돈으로 1500-2000원 정도가 된다. 사진에서 보이는 4인용 빠꾸떼는 약 30링깃 정도. 음식이 부족하면 취향별로 고기와 내장을 더 주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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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있는 집은 이렇게 그림 메뉴판을 가지고 있다


혹 동남아, 특히 말레이시아 여행 중이라면 이 빠꾸떼를 꼭 드셔보시길. 특히 전날 과음을 했다면 강추, 무늬만 한식을 파는 한식당이 망설여져도 강추, 그 나라의 대표음식만큼은 먹고 오겠다면 더 강추.


* 이번 말레이시아 공연때 가시면 꼭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넘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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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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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월태님의 댓글

조월태 작성일

장우무 단원의 또하나의 재능<br />
수필가입니다.<br />
얼마전 아파트 베란다에 채소 기르는일  사진과 더불어 담담히 써내려간 글 솜씨가 예사롭지 않더니<br />
오늘 맛기행 글에 이르러 역시 일품 글 솜씨를 느낄수 있습니다.<br />
<br />
장우무 단원의  모든 일상의 에세이  맛 기행 등 앞으로 있을 수 많은 좋은 글들 <br />
기대하겠습니다.<br />
<br />
적극적인 홈페이지 활용 소통에 <br />
모범을 보이는 장우무 단원에게 <br />
힘찬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