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회 정기연주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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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를 마치고 제가 받은 느낌을 몇자 적어 봤습니다.
요즘은 작년부터인가 개인적으로 피아노에 관심이 많습니다. 피아노를 잘 치지는 못하기 때문에, 방향을 살짝 돌려서 피아노 애호가 들이 어떤 마음으로 자신의 악기를 대하는가, 그리고 피아노 브랜드의 종류, 그에 따른 소리, 표현력, 역사...등에 더 많이 공부하게 되네요.
피아노 라는 악기 자체를 설명하는 사람들은, 브랜드의 종류, 슈타인웨이(미국판 인지 독일판인지), 메이슨앤햄린, 벡슈타인, 뵈젠도르퍼, 야마하, 파지올리, 영창, 삼익, 카와이....등에 의해서, 그리고 업라이트인지 콘솔인지 그랜드이면, 베이비 그랜드인지, 세미 콘서트인지 콘서트인지 풀콘서트인지, 그리고 스트링을 연결하는 방법이 어떤지 지지대에 바로 하는지 다른 연결점을 거치는지......등등 을 따집니다. 이런 것에 의해 소리가 달라지고, 아름다운 소리가 만들어진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하나 빠진게 있습니다. 음악은 그런 소리의 자랑이 아니죠. 때론 침울하게 때론 슬프게 때론 발랄하게, 때론 작지만 비장하게, 이런 여러 표현들은...악기의 몫이 아니라 연주자의 몫이죠.
강남스타일을 히트 시킨 싸이가 한 말이 생각 납니다. Dress Classy Dance Cheesy. 영어 음률까지 맞춰서, 미국 방송에서 대답한 말로 한테 빅이슈 였었죠. 이 말에 저도 동감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싸이의 의도는 모든 노래를 이렇게 해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싸이가 부르는 스타일의 노래가 이런 컨셉이라는 거죠. 모든 노래에는 컨셉이 있고 그것을 올바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해했습니다. 드물겠지만 때로는 발성이나, 테크닉보다도 더 중요하다고요...
테크닉이 풍부한 사람들이 우리가 부른 노래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답고 우아하게만 불렀다면, 아마 별 볼일 없는 연주회가 되었을 겁니다.
연주자가 곡을 분석하고 가사에 맞춰 올바르게 표현하게 되면, 청중은 소리에 빠지는게 아니라 그 가사와 그 가사에의해 표현되어지는 느낌에 빠질 겁니다.
제가 느낀 이번연주회는 모든곡의 완성도가 예년보다 좋았습니다. 매년 좋아진다는 말이 여기저기 들리네요.
특히 모든 곡을 뛰어난 발성 자랑하듯 부르지 않고, 느낌을 살려 부르는 곡들이 많아서 좋았는데요. 다 좋았지만 특히 이런 관점에서, 제가 좋게 느꼈던 몇 곡만을 말씀드리면,
좋은 날은 말 그대로 Dress Classy Dance Cheesy 여서 좋았습니다. 아마 아름답게 안무를 했다면 어색했을 겁니다. 싼티나게 부르는게 정답이었던것 같습니다.청중도 알지요.ㅎㅎ
애가는 정말 슬펐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슬픈 소리로 불렀습니다. 소리가 아름답지도 않았고, 우아하지도 않았죠. 그래서 좋았습니다.
시편 150편도은 정말 좋았습니다. 솔리스트들의 가사 표현력이 좋아서, 같이 부르는 저도 소리를 감상하기 보다도 그 가사가 주는 감성에 빠졌었습니다.
Bring him home 역시 저에게 좋았습니다. 솔로를 맡은 분 역시 멋있고 클래식 한소리는 뒤로하고, 애절하게 bring me home하고 외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합창 또한 참 좋았는데요. 실날같은 멜로디를 테너와 베이스가 주고 받으면서 소리가 줄어드는데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 같습니다.
두 분의 지휘자님, 반주자님, 협연해주신 오르간, 플룻, 아코디언, 그리고 모든 단원님들 음악을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좋은 음악을 꿈꾸며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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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오현방님의 댓글
오현방 작성일
"노래에는 컨셉이 있고, 그것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br />
"연주자가 곡을 분석하고 가사에 맞춰 올바르게 표현하게 되면, 청중은 소리에 빠지는게 아니라 <br />
그 가사와 그 가사에 의해 표현되어지는 느낌에 빠질 겁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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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듯 어려운 말인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번에 해냈다는 것이겠지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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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악의 컨디션임에도, 연주 내내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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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느꼈었나요?
조월태님의 댓글
조월태 작성일
오 ! 촌철살인의 에세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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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홍 단원이 좋은 글 올려주었네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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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코리아남성합창단 단원 단원이 이토록 모두 그 내공이 깊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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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일정 수준의 음악적 통찰력과 철학 기량들 다 가지고 있음을 엄 단원의 글을 통해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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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게되네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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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한분 한분 음악에 대한 내공과 그 기량들 모아 지휘자님께서는 노래 노래마다에 대한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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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해석하여 코리아남성합창단의 고유한 어떤 빛깔있는 합창음악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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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발표의 장이 매년의 정기연주회일 것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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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사소한 경우 이번 팝송 메들리에 있어서 그 팝송들을 우선 다시 여러 차례 많이 들어보<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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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서 그 노래에 대한 원 느낌들에 대한 감성과 발음을 어느 정도 익혔습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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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테너1 파트로서 편곡 악보를 참고로 최종적 곡 해석자이신 지휘자님의 지휘에 집중하<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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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노래하려 노력해봤습니다. 집중하다보니 우리 노래를 스스로 잘 듣고 평가 할 수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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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게되고 관중의 입장에서의 총체적 합창음악이 어떻게 들리고 노래별 감동은 어땟는지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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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궁금하더군요<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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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래 중 연작 편곡곡인 발칸포이어는 우리 코리아남성합창단이 가지는 모든 형태의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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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표현과 기량이 고루 발현 될 수 있었던 곡이었다고 작은 생각을 해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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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왠지 약간 익숙한 듯한 슬라부적 감성위에 세상사 인생이 늘 그렇듯 남성스러운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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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열정 기쁨, 방랑과 향수의 서정 때론 음울한 서정 때론 처연한 서정 등이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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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히 잘 어우러진 곡이었다고 생각해봅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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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연주회 대단원에 이른 어떤 회한 등이 스치며 9분이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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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지홍 부총무의 글을 대하고 두서 없이 짧은 소회를 적어봤습니다.